[씨네스코프]
끝을 안다 해도, 우리는 사랑하니까, <사랑하니까, 괜찮아> 촬영현장
2006-05-15
글 : 김현정 (객원기자)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서울 충암초등학교 강당은 때이른 축제 포스터와 플래카드로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있다. <사랑하니까, 괜찮아> 마지막 촬영이 진행되었던 이 강당은 영화 시작으로 돌아가 민혁(지현우)과 미현(임정은)이 처음 만나는 고등학교 축제의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카펠라 합창단원인 민혁은 고등학교 마지막 무대인데도 객석에서 앉아 있을 미현을 찾는 데 한눈을 팔다가 음정이 틀리지만, 첫사랑의 설렘은 머쓱해야 할 얼굴을 웃음으로 덮어버린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나이보다 어른스러운 지 PD로 이름을 알린 지현우는 나이에 걸맞은 캐릭터를 만난 탓인지 반복되는 리허설에도 생기를 잃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괜찮아>는 <겨울나그네> <청춘> 등으로 젊은이들의 예민한 감성과 사랑의 상처를 담아온 곽지균 감독의 열 번째 영화다. 고등학교 3학년인 민혁은 축제날 남자 화장실에서 마주친 당돌한 여학생 미현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민혁은 소년다운 순정으로 미현에게 무작정 다가가지만, 미현은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2년이 지난 뒤 미현은 느닷없이 민혁 앞에 나타나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말하며 자신과 연애를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머지않아 이별이 다가오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민혁과 미현은 열아홉에 시작되었던 사랑에 몰두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곽지균 감독은 <사랑하니까, 괜찮아>는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는 시한부라는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될 거라고 말했다. “시한부라는 설정이 없다면 이 영화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청춘멜로가 되었을 것이다. 진부함을 피해가기 위해 미현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미리 밝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다시 언급하지 않는다. 시한부는 감각적인 청춘영화에 멜로라는 코드를 덧붙이기 위한 장치였다.” 영화가 처음인 젊은 주연배우들과 <파리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의 감각 또한 <사랑하니까, 괜찮아>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요인일 것이다. 4월 30일에 촬영을 마친 <사랑하니까, 괜찮아>는 올해 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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