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짝패>의 류승완·정두홍, 우리 둘만의 진짜 액션영화
2006-05-12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 김봉규 (한겨레 기자)
감독·각본·출연 모두 ‘둘이서’ , 살해당한 친구의 복수 이야기

25일 개봉하는 <짝패>는 그 지향점만 놓고 보면 일종의 프로젝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의도와 목표 아래 만들어졌다. “진짜 액션영화를 찍자!”좀더 수식어를 단다면 “우리 둘만이 할 수 있는 진짜 액션영화”. 여기서 ‘우리 둘’은 류승완(33·사진 오른쪽) 감독과 정두홍(40·왼쪽) 무술감독이다.

액션영화광으로 자라, 감독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 직접 출연해 태권도, 합기도로 닦은 무술 솜씨를 펼쳤던 류 감독에겐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한국 영화 무술감독 1인자로, 류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서 직접 무술 연기까지 펼쳤던 정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둘이 의기투합한 결과 류승완이 차린 영화사 ‘외유내강’과 정두홍이 이끄는 서울액션스쿨 공동 제작에 류승완 감독·각본·출연, 정두홍 무술감독·출연이라는 2인 다역의 <짝패>가 탄생했다. 지난 9일 둘을 함께 만났다.

“<죽거나…>처럼 적은 예산으로 진짜 액션영화를 찍자. 액션이 많은 영화가 아니라, 진짜 액션영화. 몸이 고되더라도 맨 몸으로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러면 우리들이 직접 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 그렇게 출발했다.”(류승완) “정형화된 액션은 빼고 하고 싶은 걸 하자. 몸이 더 굳어지기 전에.”(정두홍)

둘이 영화를 시작할 때의 모습이, <짝패>에서 적진으로 단둘이 쳐들어가는 석환(류승완)과 태수(정두홍)를 닮았을 것 같다. 시골 소도시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 중에 가장 의리있는 한 친구를, 사악한 개발업자와 손잡은 다른 한 친구가 죽인다. 서울로 가 경찰이 된 태수와, 이들 친구 그룹보다 나이가 적지만 함께 어울렸던 석환이 그 사실을 캐내고 마침내 복수에 나서는 <짝패>는 전형적인 ‘버디(짝패) 액션 영화’이다. 스토리 라인은 간결하되, 에너지 넘치는 액션이 길거리에서, 미닫이문이 이어지는 일본식 다다미 방에서, 중국 무협물의 ‘객잔’식 주점에서 버라이어티 쇼처럼 펼쳐진다.

류 감독이 말하는 ‘진짜 액션영화’란 뭘까. “정서적인 반응을 액션에 담는 거다. 주먹 한 번 날리더라도 거기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것. 스토리나 인물이 그 주먹 날림을 향해, 거기로 모아지게 하는 것.” 의도가 이런데다, 주연이 류승완과 정두홍인 만큼 영화는 자기만의 특징을 갖게 됐다. 우선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좋게 말하면 담백하고, 나쁘게 말하면 개성이 약하다. “정두홍을 놓고 (시나리오를) 썼으니까.”(정) “우리 둘 그 자체이지, 뭐.(웃음) 둘의 캐릭터 차이가 없다는 말도 들었는데 내가 인간 정두홍을 아니까. 피곤할 때 그의 눈빛, 지쳤을 때 말투, 흥분할 때 몸동작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어차피 연기의 대향연을 펼치자,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류)

아무래도 둘의 출연 의도는 액션 연기다. 류 감독은 연기파 배우들을 부각시킬 때 쓰는 클로즈업 같은 걸 줄이는 대신 액션이 살아나도록 거리를 두고 찍는 장면을 늘렸다. 또 대역이 없는 만큼 카메라가 한 테이크 안에서 배우들 가까이로 갔다가 빠져나오는 줌을 많이 사용했다. 이렇게 찍으면 부상이 나오기 십상이다. 촬영 초반부터 정두홍은 오른쪽 눈 밑이 찢어졌고, 류승완은 무릎의 십자 인대가 끊어졌다. 그렇게 고생해 찍고 나서 이제 ‘진짜 액션영화’에 대한 갈증이 풀렸을까?

“안 풀렸다. 토니 자처럼 뛰어나게 테크닉을 보여주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둘이 원 없이, 이런 사람들 출연하지 않았으면 못 보는 영화라는 소리 듣고 싶었는데. 내 나이가 사십이라는 걸 이번 영화 찍으면서 알게 됐다. 한껏 점프 한다고 했는데 10㎝밖에 안 되고, 한참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있고.(웃음)”(정) “나는 갈증이 많이 풀린 것 같다. 이번에 만들지 않았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 아니면 못했을 거다. 몸으로 증명했으니까.”(류) 촬영장에서 ‘톰과 제리’로 불렸다는 둘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구동성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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