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와 달리 <앙코르>는 한국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조니 캐시가 음악인으로서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다 한들 컨트리 뮤직의 한계 때문인지 그의 노래에 익숙한 한국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가 환갑을 지나 근래에 발표한 앨범들이 <롤링 스톤>의 젊은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더욱 억울할 일이다. 그러나 영화를 연출한 제임스 맨골드는 <앙코르>가 <레이>의 아류작이라고 불리는 게 무엇보다 싫었던 모양이다. 기실 <앙코르>는 웬만한 뮤지션의 영화에서 익숙한 클리셰로 가득하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약물 중독, 복잡한 여자 관계 등등. 그리고 여기에 어린 시절 경험한 형제의 죽음과 실패한 결혼, 마약에서 벗어난 새로운 삶, 전설적인 컨트리·블루스 뮤지션의 이름 등이 더해지면 <앙코르>와 <레이>를 구별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인지 맨골드는 DVD 음성해설에서 캐시의 영혼을 담으려 했다는 노력 외에 <앙코르>의 제작과정과 시기를 곧잘 언급한다. 1999년 캐시 부부와 접촉해 그들의 전기를 연출할 감독으로 낙점받았고 이후 그들이 각본과 제작과정에 밀접하게 관여했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던 그는 음성해설의 끝부분에서 “<앙코르>는 <레이>의 후광을 맛보고자 급조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힘주어 말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억울한 사람은 캐시 역을 맡은 와킨 피닉스가 아닌가 싶다. 감독의 주장에 따라 2001년부터 4년여 동안 기타와 노래를 연습했으며 마침내 극중 노래를 전부 직접 부른 그였으나, 같은 과정을 밟은 리즈 위더스푼이 받은 미국 아카데미 주연상의 명예를 그는 얻지 못했으니 말이다(유명 온라인의 아카데미 예상 투표 결과에서도 <카포티>의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큰 차이로 앞질렀던 그다). 어쨌든 <앙코르>는 DVD라는 이름으로 다시 선택받기를 기다리는 입장이다. 구원받아 두번의 생을 살았고 사랑으로 용기를 얻은 ‘검은 옷의 남자’ 조니 캐시의 이야기가 이번엔 과연 감독이 원했던 감동의 물결을 퍼뜨릴 수 있을지…. 소리가 특히 만족스런 DVD인데, 부록들도 깔끔하게 준비됐다. 음성해설이 지원되는 10개의 삭제장면(13분), 영화에서 짧게 나왔던 연주장면의 풀타임 버전 8개(17분), 캐시의 재기를 다룬 ‘풀섬 교도소: 캐시의 컴백’(12분), 캐시의 두 번째 부인이자 이후 반려자가 된 준 카터와의 사랑에 관한 ‘정열의 고리’(12분, 사진), 두 주연배우의 연기를 다룬 ‘실제 인물 되기’(11분), 제작과정(22분, 사진), 캐시의 인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믿음과 종교를 조명한 ‘캐시와 그의 신앙’(11분) 등의 부록이 2장의 디스크에 담겨 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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