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휴즈가 없었다면 1980년대 할리우드영화는 한 의미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휴즈의 청춘영화는 그 시대 하이틴의 몇 안 되는 친구였으며, 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1980년대 할리우드를 기억하기엔 족하다. 휴즈의 영화 중 첫손에 꼽을 <페리스의 해방>의 주인공 페리스 뷸러(매튜 브로데릭)는 심각한 십대와는 담을 쌓은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는 단순히 학교 수업을 땡땡이치기 위해 애쓰는 버릇없고 한심한 십대가 아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진지하지 않은 것도 미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는 휴즈의 말대로 뷸러는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자의 모습 그대로다. 옛 영화를 보다 재미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는데, <페리스의 해방>의 경우 뷸러를 뒤쫓는 교장이 내뱉는 대사가 그렇다. 나중에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말이 저주라도 된 양 중년이 된 매튜 브로데릭은 <일렉션>에서 선생 역을 맡아 반대의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그를 응원하던 옛 청춘들은 이제 꼰대가 된 자기 얼굴을 발견하고 놀란다. 정말 청춘은 짧다. 그래서 청춘을 알차게 즐기는 뷸러의 모습이 아름답기만 하다. 재출시되는 DVD에는 음성해설이 빠진 대신 몇 가지 부록을 더했다. ‘출연진 섭외하기’(28분), ‘제작 뒷이야기’(16분, 사진), ‘페리스 뷸러는 누구인가’(9분), ‘셀프 카메라’(10분) 등의 부록 가운데 ‘벤 스타인이 말하는 세상’(11분)이 눈길을 끈다. 공화당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이자 유명 신문의 칼럼니스트였다가 <페리스의 해방>에 단역으로 출연한 그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가 흥미롭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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