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의 주요 스탭과 배우를 지난 5월6일 일본 오사카 스위소호텔 난카이에서 만났다. <주온> <그루지> 등의 공포영화 감독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시미즈 다카시, 현재 일본 호러영화 붐을 주도하고 있는 프로듀서 이치세 다카시게를 차례로 인터뷰할 수 있었다. 뒤에 열린 공동 기자회견장에는 여주인공 유카도 참석했다.
시미즈 다카시는 이토 준지의 공포만화 <토미에>를 바탕으로 한 <토미에 리버스>로 장편 데뷔하여 주목받은 뒤, <주온>과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그루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감독이다. 프로듀서인 이치세 다카시게는 <링> 시리즈와 <주온> 등을 제작해온 프로듀서다. 2004년에 ‘제이 호러 시어터’라는 프로젝트를 발표, 시미즈 다카시를 비롯하여 나카다 히데오, 쓰루다 노리오, 마사유키 오키아이, 다카야시 히로시, 구로사와 기요시 등 6명의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시미즈 다카시의 이번 영화 <환생>은 제이 호러 시어터가 2005년에 완성한 세 번째 작품이다.
일본적 공포에 할리우드적 성향을 융합
2000년에 제작된 <주온>은 일본 개봉 당시 열렬한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2003년 한국 개봉 때는 일본 관객의 두배쯤 되는 1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보았다. 외국 공포영화로는 보기 드문 성공사례였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샘 레이미와 손잡고 만든 <그루지>(2004)는 미국 내 개봉하여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2주간 차지했다. 지금 일본의 공포영화는 할리우드가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아시아의 근접 국가에서도 통하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통한 일본 호러의 힘은 어디에 있는가. “아마도 공포감이란 한국이나 일본이나 아시아라면 비슷할 거다. 미국의 괴물영화가 공격적이라면, 아시아의 귀신은 정념을 통해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아시아 호러영화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런 요소를 많이 넣었다.” 시미즈 다카시는 일본 공포영화의 특징을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덧붙여 미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의 경우 나카다 히데오나 구로사와 기요시 등 윗세대들이 보여주지 않은 걸 하려고 노력 중이다. <링>도 이미 고전이 되었으므로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나는 80년대 일본 호러 붐 속에서 성장한 세대다. 그런 점에서 일본적인 공포를 유지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관객이 웃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걸 다 보여주는 (할리우드적) 성향을 융합할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만든 게 <주온>이다. 그 조화가 잘 이뤄져 한국과 미국 등에서 모두 이슈가 된 것 아닌가 싶다”며 자체 평가했다. 그 점을 지금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 <환생>이다. 게다가 <환생>의 여주인공을 맡은 유카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여주인공과 쇼 프로그램 사회자로 유명한 연예인”인데, “그런 연예인이 공포영화에 나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일본 관객이라면 기존의 반대 이미지에 놀라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환생>의 내용은 이렇다. 배우 지망생 스기우라 나기사(유카)는 <기억>이라는 영화의 오디션에 참가한다. 이 영화의 감독 마츠무라(시이나 깃페이)는 한눈에 스기우라를 여주인공으로 점찍는다. 마츠무라가 만들 영화는 35년 전 오사카의 한 호텔에서 가장이 가족과 호텔 직원 11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어간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감독은 배우들을 데리고 35년 전 호텔을 방문하여 현장을 경험한다. 그때부터 영화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 영화를 찍고 있는 스기우라를 오가고, 귀신들이 출몰하기 시작한다. 시미즈 다카시는 공포영화 속 공포영화라는 이중틀을 놓고, 관객을 공포의 호텔 안으로 초대한다. “초기에는 아버지가 아니라 그냥 어떤 광인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으로 설정할까 했었다. 그런데 설득력이 없는 것 같아 바꿨다. 하지만 사실 일본에는 설득이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그러니 그 생각도 아주 설득력이 없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웃음)”며 영화 구상 과정을 들려줬다.
‘제이 호러 시어터’, 할리우드와 교류 활발
제이 호러 시어터 프로젝트는 현재 제작과 개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치세 다카시게는 “시미즈 다카시의 <그루지2>의 촬영을 지난주에 마쳤다. 다음주부터는 미국에서 후반작업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6월에는 나카다 히데오의 <실체>도 일본 내 개봉을 준비 중이고, 구로사와 기요시 <더 크라이>의 촬영도 곧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 만들 영화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치세 다카시게의 행보만 보더라도, 일본 공포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애착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제이 호러 시어터가 만든 두개의 전작 역시 뉴라인시네마에서 리메이크하기로 결정된 상태다. 나카다 히데오가 이제 막 끝낸 <실체>(2006) 역시 폭스서치라이트에서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환생>도 리메이크가 추진 중이지만, 시미즈 다카시가 연출을 맡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왠지 내가 리메이크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감독이 리메이크하는 건 상관없다”는 것이 시미즈 다카시의 태도다. 그러나 시미즈 다카시는 <그루지> 후속작들을 연출하는 것과 동시에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공포영화를 파라마운트에서 만들 예정이다. 그 필두에 서 있는 <환생>은 한국에서 6월8일 개봉예정이다.
“<주온>보다 큰 공간을 활용하고 싶었다”
시미즈 다카시 감독 인터뷰
-왜 ‘환생’을 영화의 소재로 선택했나.
=처음에는 다른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아이가 귀신을 만나 유괴당하는 이야기였는데 쓰다보니 너무 판타지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나는 판타지 양식을 좋아하지만, 프로듀서의 의견도 있고 해서 다른 이야기를 찾다가 아예 환생이라는 소재로 바꾸게 된 것이다. 예전부터 언젠가는 한번 꼭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다.-<환생>을 보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 생각난다.
=우선은 <샤이닝>보다 <주온>을 무의식적으로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주온>이 작고 평범한 집이었으니, 이번에는 그보다 더 큰 공간을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본 특유의 료칸(일본식 여관)을 떠올렸는데, 그보다는 호텔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배경상 <샤이닝>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게 된 것 같다. 이 영화 속의 호텔은 주인공이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되풀이하고, 헤매다니는 혼란스런 심리상태를 보여주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샤이닝>은 내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공포영화다. 그래서 <환생>의 배우 중에 <샤이닝>을 안 봤다는 사람이 있으면 꼭 한번 보라고 추천도 했다.-영화 속에는 뭔가를 ‘촬영’한다는 게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다.
=살인장면을 8mm 카메라에 담는 범인을 떠올린 건 한 가지 실화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한 가족이 합의하에 아빠의 손에 죽어간 사건이 있었다. 가족을 몰살한 아빠도 결국 목을 매 죽는데, 그 때 자기가 죽어가는 걸 녹음하여 남겼다. 게다가 녹음된 그 테이프 안에는 이상한 잡음까지 들어 있었다는 괴담이 돌았다. 그게 머리에 깊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녹음 테이프 대신 영화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