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테이머 감독과 샐마 헤이엑이 함께 꼽은 <프리다>의 ‘결정적 순간’은 극중 프리다가 자신이 유산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절규하는 장면이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감독은 감정에 몰입하여 눈물만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헤이엑을 조용히 안아주는 것으로 연기 지도를 대신했단다. 또한 어려운 장면을 해낸 헤이엑 역시 자기가 한 일은 감독과 함께 울었을 뿐이라고 회고한다. 감독 음성해설의 묘미는 시간과 공간, 예산의 제약으로부터 어떻게 좋은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말하는 대목이다. 트로츠키의 비중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하나의 장면을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드러낼 것인가, 실제로 뉴욕과 파리 촬영을 할 수 없으니 해당 장면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등. 프리다가 석고에 둘둘 말린 채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이나 트로츠키와 프리다의 정사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완성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결정들을 간략하면서도 분명한 표현으로 해설하는 감독의 말에 감상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군데군데 듣기 민망한 과찬이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를 사실상 이끌었던 두 여성의 이야기에서 말과 말 사이에 숨겨진 진솔함과 열정을 느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또 하나, 시대상과 등장인물의 감정을 훌륭하게 꾸며주었던 음악도 넘어갈 수 없다. 멕시코 음악을 의외로 잘 소화한 작곡가 엘리엇 골든탈(감독의 반려자이기도 하다)이 주요 장면에 사용된 음악에 관해 별도의 음성해설을 제공했다. 음악감독만의 단독 해설은 DVD에서도 그리 흔한 편은 아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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