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투덜양] ‘불치병학 개론’이라도 들었니?
2006-05-19
글 : 한동원 (영화 칼럼니스트)
투덜군, 한국영화의 상투적 흐름에 입을 열다

등록금 투쟁, 사학법 개정 등 교육 관련 현안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작금, 평소 ‘시류에 편승하여 대세에 영합한다’는 신조를 견지하는 필자는, 이러한 시국에 부화뇌동하여 각급 영화 교육기관에 이하의 과목들을 신설할 것을 건의한다.

① 난치·불치병학 개론: 당해 과목은, 각종 연애 관련 영화들의 공급이 급증하는 봄철마다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던 핵심 커리큘럼으로서, 올 봄에도 역시 <마이캡틴 김대출> <도마뱀> 등으로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은 <연리지>인데, 당 영화는 영화사상 최초로 ‘남녀 합동 불치병’이라는 혁신적 컨셉을 제안함으로써 불치병 무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마뱀>
<연리지>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신개념 영화는 다량의 불치병들을 한번에 사용함으로써 불치병 자원의 급속한 고갈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낳고 있다. 가까운 예로 <청춘만화>는 참신한 불치병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함으로써 결국 주인공의 신체절단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채택, 극장 내 연애세력을 일제히 시껍케 하였던 바, 예비 영화인들에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난치·불치병 지식을 확립케 할 필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② 사투리 구사 워크숍: 사투리 구사법은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최신 기법이다. 오래전 <친구> 등의 영화를 통해 그 성능을 인정받은 이 기법은 최근 들어, 알고 보면 별 내용도 아닌 대사를 뭔가 있는 듯 변모시키는 방법으로서 즐겨 사용되고 있다. 이 기법은 제작비 추가 지출의 부담없이 저렴하고 신속하게 영화를 데커레이션하는 기법인 바, 그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더불어, 최근 <국경의 남쪽> <짝패> 등의 영화로, 과거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사투리 영역이 전 한반도 지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어, 변화하는 사투리 환경에 대한 예비 영화인들의 적응력을 제고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경의 남쪽>
<짝패>

③ 인체 방수학 특론: 당 과목 역시 작금 개봉되고 있는 연애 관련 영화들을 통해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분야이다. <연리지> <도마뱀> 등의 영화에서 남자주인공들은 화르르 불살라 오르는 사랑을 적정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기 위해 ‘구태여 우산 없이 나가, 비 쫄딱 맞기’라는 수랭식 기법을 공히 채택하고 있다. 특히 <도마뱀>의 주인공 캐릭터는 전봇대와도 같은 빗줄기를 맞는 도중, 비를 피하라는 주위 인물의 권유를 “여기가 더 편해요”라는 한마디로 일축함으로써 이 기법에 대한 각별한 기대와 애정을 시사한 바, 앞으로 우천 연기는 더욱 활발히 수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우천 연기로 인한 각종 질병과 사고로부터 연기자들을 보호하는 인체 방수기법은 영화 제작 현장의 필수 지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면 관계로 ‘동일 대사 반복의 실제’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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