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독립영화, 블록버스터들의 틈새로 파고들다
2006-05-18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프로포지션> <다운 인 더 밸리> 등 탄탄한 독립영화들 5월 잇달아 개봉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시작된 5월, 초대형 오락영화 틈새에서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독립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존 힐리코트의 <프로포지션>과 데이비드 자콥슨의 <다운 인 더 밸리>, 데이비드 슬레이드의 <하드 캔디>, 리안 존슨의 <브릭>, 매튜 바니의 <드로윙 레스트레인트 나인> 등이 그 작품들.

<프로포지션>

<프로포지션>과 <다운 인 더 밸리>는 지난해 개봉된 <폭력의 역사> <세레니티> 등에 이어 서부영화의 맥을 잇고 있다. 1880년대 호주 아웃백을 배경으로 <프로포지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정통 서부영화의 영향을 받은 수작으로 호평받고 있다. 가이 피어스, 존 허트, 에밀리 왓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이 작품은 호주에 정착한 초기 영국 이민자와 원주민, 영국군, 그리고 아일랜드 출신 ‘아웃로’ 사이의 갈등을 묘사했다. 역시 할리우드 웨스턴의 영향을 받은 <다운 인 더 밸리>는 현대 캘리포니아 샌페르난도밸리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판타지서부극. 에드워드 노튼이 제작과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고교생 토버(에반 레이첼 우드)와 사랑에 빠지는 32살 남자 할렌의 이야기다. 토버의 아버지(데이비드 모스)와의 갈등으로 토버와 사이가 멀어지자 점점 현실감을 상실하는 할렌은 자신을 카우보이로 착각(?)하고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하드 캔디>와 <브릭>은 틴에이저를 주축으로 한 스릴러. <하드 캔디>는 채팅룸에서 프리틴 소녀만 유인하는 페도파일을 벌주는 14살 소녀 헤일리(엘렌 페이지)의 여성 복수극이다. 헤일리와 응징의 대상인 32살 사진작가 제프(패트릭 윌슨)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과 마인드 게임, 반전과 액션 등을 잘 표현했다. 캐나다 출신 한인배우 샌드라 오도 조연으로 출연한다. <브릭>은 40∼50년대 필름 누아르 형식을 현대 캘리포니아 고등학교에 도입시킨 작품. 전 여자친구가 도움을 요청한 뒤 살해된 채 발견되자 브렌든(조셉 고든 레빗)은 살인자를 찾기 위해 마치 사립탐정을 연기한 험프리 보가트처럼 수사를 해나간다. 대사 역시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상영관 입구에 극중에 삽입된 은어나 누아르식 단어를 설명하는 작은 책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위트니스>로 유명한 아역배우 출신 루카스 하스가 학교 주변의 마약판매를 총괄하는 보스 ‘더 핀’으로 출연, 눈길을 끈다.

행위예술, 설치미술, 실험영화 감독 등으로 알려진 예술가 매튜 바니의 신작 <드로윙…> 역시 뉴요커의 관심을 끄는 작품. 바니의 연인 비욕이 음악을 담당하고, 바니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했다. 바니의 <크리매스터> 시리즈보다 훨씬 성숙하다는 평을 받은 <드로윙…>은 거의 대사없이 135분 동안 일본의 고래잡이 대형어선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바니와 비욕의 모습을 아름답지만, 때로는 잔인하게, 기이한 영상과 비욕의 신비로운 선율로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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