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마르케, 장 뤽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 클로드 샤브롤…. 이들의 이름을 들으면 50년대 말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프랑스 누벨바그를 떠올리게 된다. 경향으로서 그리 긴 생명력을 가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거장이라 불리는 당시의 시네아스트들은 여전히 새로운 작품들을 가지고 건재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나름대로 호평을 받은 몇몇 영화들을 제외하고는 최근의 프랑스영화 대부분은 흥행과 작품성에서 열악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조악한 싸구려 코미디물이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면서도 헐리우드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어정쩡한 영화들은 프랑스영화의 고갈된 창작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할리우드영화의 위세에 대항하는 소극적 저항으로까지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프랑스영화는 이제 끝났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주류영화에서 프랑스영화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면 프랑스영화는 다른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크리스 마르케, 장 뤽 고다르, 아녜스 바르다, 클로드 샤브롤 등 이제는 노년기에 접어든 시네아스트들은 형식과 장르를 초월해 여전히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80살이 넘은 나이에도 영화·이미지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는 마르케는 2004년 <앉아 있는 고양이들>(Chats Perches)이라는 다큐에세이를 통해 이미지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하고 있으며, 4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파리 퐁피두센터에서는 장 뤽 고다르가 75살의 나이로 직접 자신의 회고전을 기획하면서 140편에 달하는 자신의 영화·이미지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바르다나 샤브롤 등도 꾸준한 창작활동을 통해 프랑스영화의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영화사에서 거장이라면 거장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러한 시네아스트들의 새로운 형식과 개념의 창작 시도들이 위기에 빠진 프랑스영화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