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11월14일 미국 캔자스주의 작은 마을 홀컴에서 클러터 가 일가족 4명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같은 소설로 뛰어난 작가이자 뉴욕 사교계의 명망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트루먼 카포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이 사건을 취재하겠다며 캔자스로 향한다. 어릴 적부터 동료였던 넬 하퍼 리(캐서린 키너)와 함께 숨진 가족의 주변의 탐문 수사하던 그는 게이답게 여성스러움을 무기로 수사당국의 핵심에 접근한다. 그 와중 이 사건의 범인 페리 스미스와 딕 히콕이 체포되고, 카포티는 그들과 독점적으로 대면하는 기회를 얻는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예술적 재능과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페리 스미스에 매혹당하고 이 모든 이야기를 녹여 <인 콜드 블러드>라는 ‘논픽션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지방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은 페리 스미스를 동정해 변호사를 구해주는 등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의 공판이 대법원으로 올라가는 등, 이 사건이 좀처럼 종결될 기미가 안 보이자 카포티는 초조함에 시달린다. 한때 자비로 클러터 살인사건 범인들에게 유능한 변호사를 구해주기도 했던 카포티는 마침내 이렇게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이번 항소에서 이기면 나는 신경쇠약에 걸려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거예요.”
<카포티>는 트루먼 카포티가 <인 콜드 블러드>를 쓰는 6년동안을 그리는 영화다. 무엇보다 영화의 초점은 카포티와 페리 스미스의 관계에 맞춰진다. 카포티에게 페리 스미스는 친구이자 애인이자 또 다른 자기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의 책 안의 캐릭터라는 사실이었다. 카포티는 <인 콜드 블러드>를 완성하기 위해서 페리 스미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하지만 카포티는 자신이 파우스트적인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얼마 뒤 자신이 스미스에게 준 상처 뿐 아니라, 자신이 스미스에게 그런 상처를 안겼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자책감까지 고스란히 받게 된 카포티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 모순과 회한에 가득찬 인물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부활할 수 없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으로 확인된 그의 열연은 이 영화의 모든 순간을 긴장으로 가득채우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