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금융사기극 <모노폴리> 기자 시사 열려
2006-05-17
글 : 김수경
<모노폴리>

금융사기극 <모노폴리>가 처음으로 세상에 수법을 공개했다. 5월17일 오후4시 서울극장에서 <모노폴리>의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드라마 <닥터깽>의 당일 방송 분량을 촬영하느라 참석하지 못한 양동근을 제외하고 김성수, 윤지민과 이항배 감독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노폴리>를 제작한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는 “만들면서 힘들지 않은 영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섯번째로 제작한 <모노폴리>는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영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항배 감독은 “긴 겨울 내내 스탭들과 배우들을 괴롭혀가며 찍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성수는 “소문낼만하면 소문 많이 내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모노폴리>의 타이틀 크레딧과 디자인은 최근 한국영화 중에서 돋보일만한 세련미를 갖췄다. 영화는 정보원에 검거된 나경호(양동근)가 취조받는 장면에서 사건을 역순으로 회상하며 시작된다. 한국은행에 근무하는 프로그래머 경호는 액션 피규어샵에서 만난 존(김성수)에게 호감을 느낀다. 두 사람은 빠르게 친구가 되고, 존은 경호에게 “자유를 얻기 위해서 세상의 1%가 되려는 계획”을 밝힌다. 존은 자신의 애인 앨리(윤지민)를 경호에게 소개하고, 두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 점을 이용한다. 계획된 금액에 도달하려던 존의 펀드는 1% 클럽의 구성원 한규의 실수로 인해 100분의 1의 금액으로 줄어든다. 액션 피규어에 둘러싸여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경호에게 존은 금융사기극을 제안한다. 그것은 1억개가 넘는 국내에 존재하는 신용카드 계좌에서 소액의 금액들을 뽑아내는 것. 자신을 괴롭히던 동료를 교통사고로 죽인 존에게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경호는 그의 제안에 동의한다. 경호의 해킹은 성공을 거두고, 존은 무기명채권으로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챙긴다. 그들은 무사히 한국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취조 장면과 실제 사건을 따라가는 빈번한 플래시백으로 양분되는 <모노폴리>의 이야기구조는 겅중거린다. 사건을 역순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 범죄의 성패나 목적보다는 범죄를 준비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이지만, 그것을 정교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물 간의 감정선을 놓쳐선 안 된다. <모노폴리>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는 존, 경호 일당과 그것을 추적하는 정보원 사이의 긴장감이 형성되지 못한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존, 경호, 앨리 사이의 내적 갈등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점이다. 한국영화에서는 생소한 금융사기극이라는 소재를 기업영화의 성격과 미스터리물로 융합하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그것을 형상화시키는 플롯의 정교함이나 강력한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모노폴리>는 실패하고 있다. 양동근의 세밀한 감정 연기와 악역을 연기하는 김성수를 좋아하는 팬이거나, 심리묘사를 중심으로 한 강한 반전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모노폴리>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두뇌게임을 다룬 영화 <모노폴리>는 6월 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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