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소녀의 한을 해결하라! <아랑> 촬영현장
2006-05-22
글 : 박혜명
사진 : 오계옥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고 한 남자가 하소연을 하고 있다. 좁고 어두운 취조실. 젊은 형사와 중견 형사 둘이 용의자와 마주앉아 취조 중이고 어두운 구석 벽쪽에는 그림자 안에 반쯤 숨은 여형사가 서서 진술을 듣고 있다. 이 공간의 조명은 탁자 위로 떨어지는 낡은 등과 천장에 달린 보조 조명장치 두개가 전부다. 정적만큼 강한 명암의 대비가 카메라 모니터 안에 또렷이 담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찍었던 정광석 촬영감독과 <썸> <공공의 적> 시리즈, <실미도> 등에 참여한 신학성 조명감독, 두 사람의 점잖은 태도와 노련함이 그럴싸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현장이다.

한편 컷 사인이 날 때마다 스탭인 듯 보이나 통일된 스탭복을 입지 않은 젊은이가 배우들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여형사 소영 역의 송윤아와 신참형사 현기 역의 이동욱이 젊은이와 진지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ing>의 조감독을 거쳐 데뷔하는 안상훈 감독이다. 송윤아는 안상훈 감독이 “신인감독답지 않게 자기 생각과 계획이 머릿속에 명확히 서 있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잘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첫 영화를 찍는 이동욱은 현장에서 느낄 만한 불안함과 예민함을 상대배우와의 친밀함으로 많이 덜어낸 눈치다. “친해지려고 장난을 많이 쳤다. 누나라고 했다가 이모라고 했다가. 나이 많다고 만날 놀렸다”며 이 자리에서도 아기자기 장난을 주고받았다.

<아랑>은 의문의 연쇄살인과 과거의 실종사건, 소녀의 원혼을 하나의 플롯으로 뒤섞어낸 공포영화다. 과거의 실수로 냉랭한 성격을 갖게 된 형사 소영과 첫사랑을 상실한 아픔을 가진 열혈 신참 현기는 한팀이 되어 연쇄살인범 추적에 나선다. 안상훈 감독은 한을 소재로 하는 수많은 한국 공포영화들과 <아랑>이 구분되는 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을 푸는 방식에는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게 있는데, 직접적인 건 한을 품은 주체가 해결하는 거고 간접적인 건 다른 사람들이 대신 해결해주는 거다. 기존의 한국 공포영화들이 직접적인 방식을 선택해왔다면 우리 영화는 두 가지 방법이 혼합된 공포다.” 원한을 품은 주체와 그 원한을 아는 제3자들이 다 함께 한을 해결하는 공포영화 <아랑>은 현재 70% 촬영을 끝낸 상태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며 7월 초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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