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찌우는 게 더 어려웠다”
뒤집기 한판에 여자가 되려는 소년, 동구의 이야기 <천하장사 마돈나>에는 독특한 이력의 배우가 있다. 전국체전에서 씨름으로 금메달을 딴 뒤, 30kg 이상을 감량해 모델로 데뷔했으며, 다시 15kg을 불려 영화에 출연한 이언. 이름도 특이한 그를 햇볕이 뜨거운 여름날,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씨름을 하다가 모델로 데뷔했다.
=내가 태어나던 해 민속씨름이 출범했다. 매우 우량아여서, 아버지가 씨름을 시키겠다고 하셨다. 어릴 때부터 계속 씨름을 하라는 말을 듣고 자라서 당연히 씨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델로 데뷔한 건 대학교 1학년 때. 이전부터 계속 모델이 되고 싶었다. 학교가 매우 엄해서 씨름을 그만둔다는 소리는 못했다. 동계훈련을 하면서 몰래 먹는 걸 줄였고, 살이 빠졌다. 학교와 집에서 혼도 많이 났다. 매일 도망다니고, 훈련도 빼먹고. 가출도 9번이나 했다. 매번 잡혀서 다시 씨름을 하곤 했지만, 마지막에는 아버지가 그냥 너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시더라.
-모델로 데뷔하려고 30kg 이상을 감량했다.
=운동을 하루에 9시간씩 두달 동안 했다. 새벽엔 유산소 운동을 하고,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는 씨름을 했다. 야간에는 보충으로 웨이트를 또 했다. 먹는 것은 평소대로 먹었지만, 대학교 1학년생의 위치라는 게 심부름이나 빨래, 잔일을 해야 한다. 또 잠은 하루에 5시간밖에 못 잔다. 워낙 몸을 많이 움직이니까 살이 빠지더라. 물론 이후에 살을 빼고도 긴장이 풀리면 다시 찌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른 모델을 선호해서 모델 일을 하면서는 항상 다이어트를 했다. 일상이 다이어트였다.
-이번에 다시 15kg가량 체중을 불렸다.
=힘들게 뺀 살을 다시 찌운다고 망설이지는 않았다. 살 찌우는 게 어렵지, 빼는 건 쉽다. 이번엔 덕환(이동구 역)이와 함께 사육을 당했다. (웃음) PD님이 집을 구해서 방 안에 우리를 넣고 매일 먹는 걸 사다주셨다. 집 안에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인터넷을 했다. 덕환이와는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도와주기도 하고. 나는 덕환이에게 씨름을 가르쳐줬고, 덕환이는 나에게 연기를 알려줬다.
-<천하장사 마돈나>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
=지금까지 모델을 하면서 자랑삼아 할 수 있는 얘기는 씨름하던 애가 30kg 빼서 모델로 데뷔했다는 것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임필성 감독님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고, 그분의 소개로 이해준 감독님(<천하장사 마돈나>)을 만나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역할이지만 무척 하고 싶었다.
-연기를 해보니 어땠나.
=일단 부담감이 컸다. 최근에 모델 출신의 배우들이 많아져서, 그런 점도 신경이 쓰였다. 또 극중 캐릭터가 내 성격과 많이 다르다. 시니컬하고, 무뚝뚝한 씨름부 주장이니. 시나리오를 거의 외우다시피했다, 남의 대사까지. 그래도 감독님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 나의 감성을 덧붙이며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