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마크 다아시 역의 콜린 퍼스
2001-08-28

“선한 역은 연기하기도 보기도 지루해”

공명정대한 변호사인 것은 확실하지만 유머와 관련된 신경계에 손상이라도 입은 듯한 남자. 브리짓이 주책을 부릴 때면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에 가까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남자. 그러고도 유사시에는 브리짓이 망친 파티 요리를 대신해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오믈렛을 만들어주는 이상한 남자.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마침내 마크 다아시가 꾹 다문 입매 사이로 빌리 조엘의 발라드 가사 같은 고백을 억지로 끄집어내듯 건넬 때, 브리짓과 여성 관객은 그만 그의 모든 ‘과오’를 용서하고 싶어진다. 루돌프 무늬 스웨터를 입는 그의 범죄적인 패션감각까지도.

전혀 매력없는 남자처럼 등장해 결국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어려운 다아시 역을, 힘도 안 들이고 연기한 콜린 퍼스(41)는 적어도 영국인들에게는 다아시 역의 배우가 아니라 미스터 다아시 자체다. 국내 케이블채널에도 방영된 바 있는 1995년 시리즈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역이 그를 스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국 햄프셔 태생인 퍼스는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 중 세명이 감리교 선교사였던 관계로 나이지리아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다섯살 때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유치원 연극의 잭 프로스트 역으로 첫 무대에 선 퍼스는 대학 시절부터 연기자로서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초크 팜 드라마센터에서 연기 수업을 마친 퍼스는 연극 무대에서 주목받은 뒤 영화 <어나더 컨트리>(1983), <발몽>(1989), <단짝 친구들>(1995)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최근작으로는 <잉글리시 페이션트>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축구광으로 열연한 <피버 피치>가 있다. <오만과 편견>은 큰 유명세를 가져다준 만큼 그의 연기 반경을 제약한 작품. 의도적으로 다아시의 이미지와 연관되는 것을 기피해왔던 그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캐스팅에 대해 “이 영화에서 다아시 캐릭터는 일종의 ‘인용구’이며 아이러니를 품고 있기에 수락했다”고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선한 역은 연기하기도 보기도 지루하다”는 그의 신작은 나치의 변호사로 분하는 영화 <컨스피러시>와 주디 덴치, 루퍼트 에버렛, 리즈 위더스푼과 공연하는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정직의 중요성>이다. 콜린 퍼스는 2001년 <피플>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

▶ 마크 다아시 역의 콜린 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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