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비>는 한국에서 개봉한 첫 번째 일본영화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가 그간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으나, 데뷔작과 신작 <다케시들>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개봉된 걸 보면 그가 우리에게 대표적인 일본 감독으로 인식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데 여건상 제작 순서와 어긋난 채 개봉이 맞춰지다보니 DVD 또한 뒤죽박죽 선보일 수밖에 없었고, 그 품질도 일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출시된 <기타노 다케시 컬렉션>은 한 제작사가 그 DVD들을 공들여 모아놓은 결과물이다. <돌스>는 기출시된 DVD의 화질이 안 좋았던 점을 감안해 새로 제작됐으며, <자토이치>와 <돌스>의 경우 부록(사진)이 보강됐다. 전체적으로 영상과 소리, 부록이 평균 수준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타노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기에 당분간 더 좋은 선택은 없지 싶다. <3-4×10월> <그 여름 조용한 바다> <소나티네> <모두 하고 있습니까?> <키즈 리턴> <하나비> <기쿠지로의 여름> <브라더> <돌스> <자토이치>를 11장의 디스크에 수록한 두툼한 박스를 열면 영화평론가 모은영의 해설책자가 손에 잡힌다. 기타노의 두 얼굴을 잘 조명하고 있는데, 죽음은 생명의 끝이지만 비극적 인물의 삶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하며, 주인공 남자가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바다는 분명 길의 끝에 놓여 있으나 그곳은 생명이 탄생한 곳과 같아서 새로운 세상의 시작이기도 하다는 식이다. 자기 파괴적인 죽음의 세계에 주목하고 생의 막바지에 도달한 바다의 풍경만 그동안 이야기한 필자의 리뷰는 멀리 던져버려도 되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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