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핀처는 <에이리언3> 특별판 DVD 제작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다. 촬영 과정 자체가 그에게 악몽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던 3편의 기획안은 레니 할린과 빈센트 워드를 거치면서 방향성을 잃었고, 축구장만한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트와 공황 상태에 빠진 스탭들, 거의 바닥난 제작비 그리고 제대로 마무리되지도 않은 너덜너덜한 각본이 핀처를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이런 대작을 맡겨주시다니 감지덕집니다. 시키는 대로 뭐든 하겠습니다’며 굽실거리는 대신 ‘지금부터는 내 방식대로 작업하니, 모두 협조해줘요’라며 현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가 어리숙한 초짜감독일 줄만 알았던 이십세기 폭스 경영진의 간섭이 시작됐고, 극심한 혼란 속에 간신히 완성된 영화는 극장 흥행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핀처는 <쎄븐> 등을 거치며 성장했고, <에이리언3> 역시 4부작 가운데 가장 극적으로 재평가받은 작품이 되었다. 팬들은 당연히 시리즈 DVD의 결정판이 될 박스 세트(또는 단품 SE 버전)에서 핀처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했다. 유감스럽게도 코멘터리와 모든 서플먼트에서 핀처는 제작 당시 찍은 메이킹으로만 만날 수 있다. 거기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렇게저렇게 언급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말이 없게 된 셈이다. DVD 출시 전 메이킹 필름의 원본에는 “폭스 윗대가리들은 모두 머저리들이에요’라는 핀처의 문제발언이 들어 있었다고 하지만, 그나마 삭제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나쁜 기억은 오래 가는 법이다. 에일리언처럼.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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