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불꺼진 아파트, 그곳에선 무슨 일이? <아파트> 촬영현장
2006-06-05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김도훈
강풀 만화 원작 <아파트> 촬영현장

강풀의 만화에서처럼 비가 조금 흩날리던 5월18일 목요일 오후. 부산 동서대학교의 <아파트> 세트에 도착하자마자 어두운 힘이 감지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병기 감독이 다크 서클을 눈 밑에 부여잡고 세트에 들어선다. “너무 어려워. 이번 영화가 제일 힘든 것 같아.” 예상했던 일이다. 10고가 넘도록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촬영 가능한 아파트를 찾아 몇 개월을 헤매고, 그렇게 올해 3월에야 촬영에 들어간 힘겨운 프로젝트였다.

사실 <아파트>의 내용은 원작에 매료된 수백만 독자라면 이미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밤 9시56분. 아파트의 불이 하나둘씩 꺼지면 사람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주인공들은 죽음의 비밀에 점점 접근해간다. 그러나 원작과 안병기의 영화는 상당히 다르다. “다른 감독이라면 블랙코미디 색깔을 남겨두었을 테지만, 나는 다르게 가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주인공은 여자로 바뀌었고, 이야기는 간결하게 정리되었으며, 강풀 만화의 썰렁한 유머도 싹 제거되었다. 이것은 ‘안병기의 <아파트>’인 것이다. 막바지에 이른 현장이라 그런지 이날의 촬영은 빠르고 간결했다. 형사들이 엘리베이터 속에 거꾸로 매달려 죽은 희생자를 발견하는 장면과 세진(고소영)이 원혼을 피해 엘리베이터로 뛰어드는 장면이다. 세트를 바꾸고 다시 색칠하고 카메라 트랙을 설치하는 등의 모든 공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그러는 사이에 고소영은 슬그머니 세트로 들어와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만의 현장이라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가 낯설기도 할 터이다. 말 한마디 없이 세트 구석에 조용히 서 있던 그는 감독의 슛 사인과 함께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세트로 뛰어들고, 이내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세트장을 울린다. “프로덕션도 자주 변경되고, 열악한 환경이었는데도 제 몫을 다해냈다. 장르영화에 딱 맞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감독은 “<아파트>를 통해 고소영만의 매력이 분명히 보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올 3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간 <아파트>는 이제 바쁜 후반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틈틈이 현장편집본으로 후반작업을 계속해왔고, <분신사바>와는 달리 부분적인 DI(Digital Intermediate) 작업만을 할 예정이라 6월 말 개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다. 안병기 감독은 종종 현장에서 “이게 마지막 공포영화”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그 말은 오히려 <아파트>에 많은 것을 걸었다는 자신감으로 번역되어 들려왔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