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리우드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놓고 영화인들과 한 지방 정부간의 분쟁이 한창이다. 특이하게도 쟁점은 영화 내용을 둘러싼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한 배우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것이다. 분쟁의 시발점은 주연배우 아미르 칸의 발언이었다. 그는 영화 <라간>으로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던 배우. 최근 아미르 칸은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나르마다강 유역에서 진행 중인 122m 높이의 댐 건설에 대해 “댐 건설에 반대하진 않지만 이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라며 댐 건설 반대운동자들에게 지지를 표명했다.
그의 발언 직후 구자라트 주정부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일개 배우가 댐 건설 반대운동자들을 지지할 권리는 없다며 아미르 칸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여기에 인도인민당(BJP) 지도자인 말호트라까지 가세해 아미르 칸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칸이 사과를 거절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다.
마하트마 간디의 독립운동 거점이기도 했던 구자라트 지역은 극우 힌두정당인 BJP가 집권하고 있다. 그런데 구자라트 지방의 극장주들이 BJP 소속 과격파 행동대원들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아미르 칸 주연의 <파나>(Fanaa)의 상영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발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들과 배우들은 표현의 자유 보장과 영화 <파나>의 정상적인 상영을 촉구하기 위해 결집했다. 야쉬 초프라, 아닐 카푸르, 아슈토슈 고와리케르 등 발리우드의 유명 영화인들은 아미르 칸의 발언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것 뿐인데 과민 반응을 보이는 구자라트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우 아닐 카푸르는 “아미르 칸에게 일어난 이번 사태는 납득할 수가 없다”라며 “이번 일은 세계가 떠오르는 강국으로 주목하는 인도의 민주주의가 가진 모순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인도 최고의 영화제작자이자 <파나>를 제작하기도 한 야쉬 초프라는 “구자라트주의 극장주들이 영화 상영을 거부하면서 하루에 1크로르(2500만원) 이상의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에 관한 것이다”라고 말하며 강경하게 대처할 뜻임을 밝혔다.
나르마다강 유역의 댐건설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발리우드 영화인들과 구자라트 주정부 사이의 이번 분쟁으로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피해주민들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더불어 광신적 종교와 비관용성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