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도박판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 <타짜> 촬영현장
2006-06-12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이영진

“그렇지. 그거.” 100여명의 취재진이 물러가는 동안 조승우와 유해진을 붙잡고 한참 상의하던 최동훈 감독. 결국 만족스러운 미소를 흘린다. 현장에서 제작진들이 ‘시연의 왕자’라고 부를 만큼, 최 감독은 연기 시범에 능하다. 진짜 타짜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고난이도 기술 ‘밑장 빼기’도 능숙하게 선보일 정도다. 단, 배우가 똑같이 자신의 연기를 재연하기를 원하진 않는 듯하다. 고니(조승우)가 자신을 화투판으로 끌어들여 가산을 탕진하게 만든 박무석을 찾아가 멋지게 복수한 뒤 단짝 고광렬(유해진)과 담배 한 모금을 나눠 피우는 장면. 한번의 시연 뒤에 최 감독은 ‘조금, 조금만 더∼’라며 배우들만이 갖고 있는 뭔가를 간절한 표정으로 갈구한다. 판돈을 키우라고 옆구리 쑤시는 도박판의 바람잡이처럼 추임새를 넣던 최 감독. 끝내 원하는 것을 얻었는지 ‘슛’을 외친다. 5월25일, 부산 야경을 한눈에 맛볼 수 있는 황령산 기슭. 이곳에 거대한 하우스를 마련해 취재진을 불러들인 <타짜>는 허영만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한 화제작이다. 4월3일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40% 정도 촬영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한국은행을 터는 간 큰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은 이번에도 도박판이라는 또 다른 범죄의 세계를 펼쳐 보일 계획이다. 촬영 전엔 120명이나 되는 원작의 인물들을 30명 정도로 축약하고 하나의 긴박한 이야기로 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면, 지금은 장마를 앞둔 빠듯한 일정 속에서 조승우, 유해진, 백윤식, 김혜수 네 배우의 개성을 뽑아내 뒤섞는 일이 가장 관건일 것. “타짜는 눈이 작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3개월 만에 진짜 타짜로부터 “타고난 게이머”라는 칭찬을 들었다는 조승우는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 감독과 함께 “눈빛 부리부리하고 진지한 고니를 유들유들하고 또 때론 천진난만한 캐릭터로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아침마다 배우와 스탭들이 함께 1만원씩 걸고 ‘섰다’를 즐긴다”는 <타짜>. 흥미로운 반사회적 인물들을 통해 천박하고 더러운 사회적 풍경을 뒤돌아보게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를 확인하려면 추석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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