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구미호들 재주 한번 보실래요? <구미호 가족> 촬영현장
2006-06-12
사진 : 이혜정
글 : 김수경

구미호들이 서커스를 한다. 화려한 복장의 첫째(박시연)와 아들(하정우)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나온다. 마술상자의 장막을 걷으면 고양이처럼 웅크린 막내(고주연)가 묘한 웃음을 짓는다. 전북 군산시 금동 공터에 자리잡은 서커스 천막은 <구미호 가족>의 촬영현장이다. 300개가 넘는 이벤트 라이트와 백열전구, 샹들리에의 양초가 형형색색의 빛을 뿜어낸다. 서커스장 조명을 조정하기 위한 콘솔이 무대 입구쪽에 따로 마련됐다. 임재영 조명감독은 “일반적인 이벤트 조명을 피해서 시간의 변화와 공간감을 미세한 톤으로 잡아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세트는 서커스장과 구미호 가족의 살림집으로 양분된다. 정은정 미술감독은 “원래 굴에서 사는 여우의 습성을 연상시키는 구조, 천연소재와 나무를 주소재로 해서 약간은 원시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막내가 동물로 변하는 둔갑술은 영화의 카메라 트릭과 쌍둥이 같다. 상자 속에 들어앉은 막내와 맞은편 이동차 위에서 몸을 기울인 최진웅 촬영기사의 몸짓이 닮았듯이. 다음은 아버지(주현)가 천년 뒤 인간으로 태어날 제물로 잡혀온 기동(박준규)에게 칼을 던지는 장면. 윌리엄 텔을 흉내내듯 사과로 시작한 칼 던지기는 방울토마토로 옮겨간다. 천연덕스럽게 소개하는 아들과 달리 손발이 묶인 기동의 얼굴에는 흥건히 땀이 맺힌다. 신예 이형곤 감독의 <구미호 가족>은 서울 남산 근처로 흘러들어온 구미호 가족 넷이 천년 만에 찾아온 인간이 될 기회를 위해 사람들을 납치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코미디영화다. 뮤지컬 요소를 가미한 <구미호 가족>은 여덟곡의 창작곡이 극중에서 25분 동안 실연된다. 방준석 음악감독과 복숭아프로젝트가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다양한 음악을 준비한 상황. 구미호를 CG로 구현하기 위해 <파이널 환타지>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아키야마 다키히코도 비주얼 슈퍼바이저로 가세했다. 이형곤 감독은 <구미호 가족>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구미호, 구미호보다 더 사악한 인간을 보여주는 유쾌한 풍경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호 가족>은 총 67회차 중 40회차를 마쳤고 추석 무렵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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