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레이싱 카, 느린 삶의 미덕을 깨닫다, <카> 트레일러
2006-06-15
글 : 박혜명

레이싱계의 스타 라이트닝 매퀸(오언 윌슨)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우승만을 꿈꾸는 패기만만한 경주차다. 매퀸은 숙원과도 같았던 피스톤컵 챔피언십에 참가하려던 중 외딴 도로에서 길을 잃고 생전 처음보는 낡은 촌구석에 들어선다. 매퀸의 성격과는 하나도 맞지 않는 그곳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길손들이 찾고 붐볐던 66번 국도.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들의 발길(이 아닌 타이어길)이 끊겨 폐가나 다름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도망가고 싶어 안달을 하던 매퀸은 1951년형 허드슨 호넷이자 이곳의 어른인 닥 허드슨(폴 뉴먼), 2002년형 포르셰의 지적인 변호사 샐리(보니 헌트), 녹슨 중고트럭 메이터 등과 가까워지면서 점차 자신이 알지 못했던 다른 삶의 미덕을 깨달아간다.

<카>는 장난감, 열대어, 꿈을 잡아먹고 사는 괴물, 희한한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가족을 소재로 언제나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아이디어집단 픽사 스튜디오의 7번째 장편이다. 지금까지 픽사의 작품들이 무생물 또는 특이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아 평범한 인간세계와 일으키는 긴장에 힘을 실었다면 <카>는 온전히 자동차들만의 세계를 그려낸다. <토이 스토리2> 이후 6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존 래세터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광. “내 몸의 절반에는 기름이 흐르는 것 같다”는 농담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래세터 감독은 “내가 가장 만들고 싶었던 작품”이란 말로 <카>를 설명했다. 레이싱 시퀀스의 속도감과 컬러감, 텍사스를 닮은 광활한 사막의 노을진 풍경 등 실사보다 아찔한 화면뿐 아니라 사운드 믹싱 및 편집, 캐릭터 디자인 등에 이르기까지 <카>가 보여주는 기술적 수준은 가히 경이적이다. 빠른 삶만 좇던 철부지 레이싱카가 느린 삶의 미학을 깨달아가는 이야기 <카>는 7월20일, 국내 관객의 품을 향해 쌩 달려든다.

사진제공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