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놈들이 드디어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6월 5일 오후 7시 서울 홍익대학교 근처의 클럽 ‘캐치 라이트’에서 <아치와 씨팍>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18금 몹시 양아치 액션’이라는 카피를 자신만만하게 들고나선 <아치와 씨팍>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7년여의 세월이 걸린 장편 애니메이션. 인간의 똥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배설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환각제 ‘하드’의 밀거래를 두고 벌이는 양아치 아치와 씨팍의 모험이 주요 이야기. 거기에 하드의 부작용으로 탄생한 종족 보자기 갱단과 전체주의적인 정부의 음모가 주인공들의 모험에 얽혀든다.
“1년이면 된다던 프로젝트가 완성하는데 5년이 걸렸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완성도를 지닌 독창적인 영화가 나와서 기쁘다”는 김승범 ‘스튜디오 2.0’대표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보고회는 조범진 감독, 김선구 PD, ‘이쁜이’와 ‘보자기 킹’의 목소리를 담당한 현영과 신해철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김선구 PD는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스탭들이 청춘을 바친 영화다.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라고 자부한다”는 말로 기나긴 세월동안 품었던 긍지를 내보였고, 현영은 “견본을 보고나서는 꼭 목소리로라도 출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면도 굉장히 만족스럽고, 정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말로 보고회에 참여한 일반인들의 관람을 권했다. 특히 간담회 이전에 공개된 액션 클라이막스 동영상을 본 일반인 참여자들이 완성도와 연출력을 상찬하자 김선구 PD는 “액션 장면을 정말 제대로 만들기 위해, 계속 검사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최종편집까지 반복했다. 좋다는 반응이 나와서 정말 기분이 좋다”는 말로 감격을 표하기도 했다. 이하는 신해철과 현영의 입담으로 가득했던 제작보고회의 말.말.말.
조범진 감독
-처음엔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니까 재미없어지고, 그래서 바꾸고, 또 바꾸고, 그런데 처음에는 너무 유니크하다고 걱정했는데 8년이 지나고 너무 유니크해서 걱정이다. 선구안이 있어서 세상을 너무 앞서서 봤나보다.(웃음)
-아치라는 캐릭터를 만든 뒤에 우연히 영화. 음. 그거 뭐더라. <피도 눈물도....>. 아. 그게 아니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봤다. 거기 출연한 류승범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아치와 똑같더라.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류승범을 캐스팅했었다. 그러니 내가 류승범을 처음으로 주연으로 캐스팅한 최초의 인물이다.
신해철(‘보자기 킹’목소리)
-악역인 보자기 킹 목소리를 하고나서 17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는 미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어 좋았다.(좌중 폭소) -성우 제안이 왔다길래 무조건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악역이냐고 물어봤다. 악역이라더라. 두목이냐고 물어봤다. 두목이라더라. 게다가 상체는 크고 하체는 짧은데다가 키높이 구두를 신고 망토를 쓰고 았다. 정말. 벗어나고 싶다.(좌중폭소)
-사실 기존의 한국 애니메이션들은 감독의 목적의식만 지나치게 강하다거나, 기술력만 앞세운 나머지 대중들의 외면을 받았다. <아치와 씨팍>은 컬트화가 예상될 정도로 특징이 강렬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여러분 후장에도 좋은일만 있길 바란다. 영화를 보고나면 후장이 뻥 뚫릴거다.(좌중폭소)
현영(‘이쁜이’ 목소리)
-(캐릭터와 닮은데가 있냐는 질문에) 이쁜이 캐릭터가 S라인이 정말 잘 살아있거든요. 그래서 저랑 너무 비슷해요.(좌중 웃음) 눈도 왕방울만하고 얼굴도 갸름하고.
-(첫 성우 작업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쁜이는 사실 대사 보다는 비명 지르는 장면이 더 많거든요. 그래서. 아흥. 이렇게 비명 지르다가 뒷골잡고 쓰러지겠네 싶었어요. 근데 감독님이 ‘현영씨 스타일대로 해주세요’라고 해주셔서 부담없이 딱 내 스타일대로만 했어요. 아주 다양한 비명소리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