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베이징]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중국식 리얼리즘
2006-06-15
글 : 이홍대 (베이징 통신원)
감독 장원이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

중국의 감독 겸 배우 장원(姜文)이 <귀신이 온다> 이후 6년 만에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신작을 발표한다. 차라리 부족할망정 아무 작품이나 찍을 수는 없다는 의지를 줄곧 내비쳐온 장원 감독이 선보이는 세 번째 작품은 헤밍웨이의 동명소설에 대한 헌사로 알려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이다. 전작들처럼 소설을 각색한 이번 작품의 원작은 중국 여류작가 예미의 단편 <벨벳>. 문화혁명기간 중 농촌으로 하방된 화교 탕위린 부부와 마을의 나이 어린 생산대(사회의 전 분야를 통합, 운영하는 말단의 농촌 조직) 대장 리동팡 사이에 얽힌 치정을 다루고 있다. 부인과 리동팡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눈치챈 탕위린은 부인이 무심코 던진 “어떤 사람이 말하길 내 피부가 ‘벨벳’ 같다더라”는 말에 분노하게 되고, 리동팡을 죽일 작정으로 그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지만, 농촌에서 자란 리동팡은 ‘벨벳’이라는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헤밍웨이가 동명소설에서 보여준 전후 ‘잃어버린 세대’의 절망적인 허무감은 문화혁명 시기의 한 지식분자의 생태와 어우러지고, 원작과는 달리 현대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시공간 배경과 인물에 대한 초현실적인 꿈 시퀀스의 삽입은 영화를 예측 불가능한 지점까지 도달케 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스팅의 면모도 흥미롭다. 장원 감독이 사냥을 좋아하고 아내에게 무뚝뚝한 탕위린을, 최근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는 조안 첸이 새파란 생산대장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탕위린의 부인을 연기한다. 영화의 열쇠를 쥔 캐릭터로 알려진 리동팡은 이동승 감독의 <조숙>으로 이제는 주연배우 반열에 올라선 성룡의 아들 팡주밍이 연기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시험받게 된다. <조숙>에서 팡주밍의 장인으로 분한 황추생과 <귀신이 온다>에서 음악을 담당했던 최건은 각각 이들의 주변인물로 등장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 크랭크인하여 5개월여의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작업이 한창인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는 중국영화로서는 드물게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마술적 리얼리즘 영화를 표방하며 내년 칸영화제 참가를 장담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몇장의 스틸과 간략한 스토리라인으로 영화를 판단하긴 이르지만, 윈난성 각지를 돌아다니며 촬영한 대부분의 화면들은 <햇빛 쏟아지던 날들>보다 빛날 것이며,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은 <귀신이 온다>보다 어두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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