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다빈치 코드>가 이탈리아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상업성과 결탁한 영화제인가?’, ‘예술성은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을 단 언론들은 <다빈치 코드>의 화려한 등장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보았다. 법적으로 가톨릭 국가라는 명시는 없지만, 국민 90% 이상이 태어나자마자 세례를 받고 바티칸 시국의 영향 아래 있는 이탈리아인들은, <다빈치 코드>가 ‘예수를 팔아먹은 영화’라며 분개했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돈 빈첸소 피라르바 신부는 시민들이 모인 광장에서 <다빈치 코드> 서적을 불태워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빈치 코드>는 3주째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거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상업성과 결탁했다고 비판하던 언론들도 이탈리아영화를 4편 초청한 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관심을 지켜본 피렌체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박물관을 세울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난니 모레티의 <일 카이마노>와 파올로 소렌티노의 <가족의 친구> 2편이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마르코 벨로치오의 <웨딩 디렉터>와 킴 로시 스튜어트의 <리베로도 괜찮아> 2편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난니 모레티, 파올로 소렌티노,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같이 칸에 이미 자신들의 마니아를 두고 있는 감독들과는 달리 영화배우에서 처음으로 감독으로 데뷔한 킴 로시 스튜어트의 <리베로도 괜찮아>에 칸은 많은 관심을 보였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 관심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킴 로시 스튜어트 감독은 불안정한 직업을 가지고 아내에게 버림받은 남편으로 성장기에 있는 두 아이를 돌보는 주인공 역을 함으로써 주인공과 감독, 1인2역을 맡아 칸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가족 중에 가장 어리면서 가장 성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아들, 그리고 두 아이의 생계와 자신의 일을 한꺼번에 돌봐야 하는 아버지의 갈등과 벽 넘기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결국에 가서 부자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가출하기를 식은죽 먹듯 하는 어머니로부터 상처 입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영웅이나 가식없이 풀어냈다.
킴 로시 스튜어트는 5살때부터 배우였던 아버지를 따라 영화현장을 보고 다녔다. 마우로 볼로니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의 이탈리아 감독들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로베르토 베니니의 <피노키오>에서 루치뇰로 역을 맡았다. 가장 최근에는 잔니 아멜리오 감독의 <집 열쇠>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의 아버지 역을 맡아 2005년 이탈리아 영화대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