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박중훈, 천정명 주연 <강적> 첫 시사 (+100자평)
2006-06-13
글 : 이영진

2인3각 게임에서 제멋대로 몸을 놀렸다간 얼마 못가 넘어지기 마련이다. 한데 발을 묶은 두 사람이 보폭과 호흡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얼마나 빨리 결승점에 가닿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관건이다. 6월12일 오후 2시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1관과 5관에서 동시에 첫선을 보인 <강적>. 한데 묶이기 쉽지 않은 살인범죄 용의자와 망나니 형사가 함께 수갑을 차고 도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2인3각' 버디 무비 <강적> 은 얼마나 성공적인 계주를 벌였을까.

<강적>의 수현(천정명)은 맘 먹고 새 삶을 차린 젊은이다. 조직생활을 청산하고 여자친구와 함께 라면가게를 운영하는 수현은 어느날 밤 어린시절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재필(최창학)의 연락을 받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다짐을 받아들고서 수현은 재필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약속대로 수현은 사채 놀리는 건달 김중만을 찾아가 그의 옆구리에 칼을 먹인다. 따라붙는 김중만 일당을 어찌하지 못하던 도중 수현은 음주단속을 나온 교통경찰을 발견하고 자수하게 된다.

한편, 성우(박중훈)는 되는 일 하나 없는 개차반 형사다. 아내는 집을 나간지 오래이고, 하나뿐인 아들 철수는 장기 기증을 기다리며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성우는 강도사건 발생 지역을 찾지만 파트너 최형사를 뒤로 하고 약쟁이들에게 삥을 뜯으러 다닌다. 그러는 사이 최형사는 누군가를 뒤쫒다 죽음을 맞게 되고, 성우는 근무지 이탈로 질책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성우에겐 동료의 죽음을 슬퍼할 새가 없다. 성우는 아들을 위한 장기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수술비용이 없어 고민에 빠진다.

'시궁창 같은 세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쓰는 수현과 '세상은 어차피 시궁창'이라고 믿는 성우는 우연히 만난다. 어떻게? 인질범과 인질로. <강적>은 쥐와 고양이 사이인 두 사람을 한데 묶어놓고서 뒤쫒는다.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뒤집어 쓴 수현은 수감되지만 계획 자해로 경찰병원에 호송된다. 탈출 기회를 얻은 수현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최형사의 장례식에 들렀던 성우를 만나게 되고, 결국 수현은 성우를 인질로 붙잡고 일단 경찰들을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수현과 성우의 우연한 동행은 끝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계속된다. 성우는 수현에게 보상금을 받아야만 아들을 살릴 수 있다면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하고, 수현은 성우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받아들인다. 약속의 대가로 재필에게 돈을 받아 성우에게 건네주고 자신을 변호하게 만들려는 수현의 거래는 그러나 불발로 끝나고, 설상가상 두 사람은 계속되는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몰리는 위기를 맞이한다. 현란한 카체이스나 요란한 액션 보다 두 캐릭터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충실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버디무비 <강적>은 점수를 줄만하다. 4개월 동안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수갑 보다 더한 애정의 끈으로 서로를 묶었다는 박중훈, 천정명의 꽤 자연스러운 연기는 굳이 인질과 인질범이 동화되는 비정상적인 신드롬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수긍이 된다. "세상 살다보면 뭔가 있다"고 말하는 수현과 "세상 살아봤자 별것 없다"는 상우는 때론 생뚱맞긴 하지만 적지않은 웃음을 유발하면서 매력있는 조합임을 증명한다.

장르영화로서 그런대로 합격점을 줄만한 <강적>은 그러나 남성영화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한다. 극중 수현과 상우가 동상이몽에서 이심전심으로 발전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다. 수현은 좋은 남편이 되고 싶고, 상우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수현과 상우에게 가장 큰 목표는 친구 재필과 파트너 최형사의 목숨을 빼앗은 나쁜 아버지를 찾아내 응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들은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성장의 방정식을 푸는 해법치곤 촌스럽고, 낡았다. 또 제시한 해답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성장영화로 봐달라"는 조민호 감독의 소망처럼, 수현과 상우는 '좋은' 아버지로 남을 수 있을까. 6월22일 개봉.

<강적> 전문가 100자평

그저그런 형사 버디물이려니 하고 본다면, 예상외로 퍽 재미있는 영화이다. 일단 시나리오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사건의 전개가 예측을 자주 빗나기 때문에, 어떻게 흘러갈지 긴장이 늦춰지지 않는데다가, 이따금씩 허를 찌르는 대사들이 개성 충만한 캐릭터들에 녹아들면서 감칠맛을 내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가 진국이다. 박중훈의 노련미야 당연한 일이고, 천정명의 연기는 발군이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눈빛이 살아있고, 몸체가 단단한 '젊은 피'임에 분명하다. 그외의 조연과 단역들도 다른 영화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개성을 드러낸다. 런닝타임이 조금 긴 감이 있지만, 속도감 있고 패기 넘치는 육박전 속에 지루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젊다지만, 몸을 그리 막굴려도 되는 걸까? 아뭏튼 "절대 흉내내지 마시오") -황진미 /영화평론가

사진 ㈜미로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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