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마음만은 넉넉했던 그때로, <아이스케키> 촬영현장
2006-06-19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글 : 김현정 (객원기자)

백열전구 불빛이 새어나오는 좁은 방에서 어린 아들과 엄마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아버지 이름이 무엇인지 다그치는 아들과 그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화를 내는 엄마. 큰소리 끝에 아들과 눈싸움을 벌이던 엄마는 얇은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돌아눕고 만다. 전남 여수시 화정면 백야도에서 밤을 새워 막바지 촬영을 하고 있는 <아이스케키>의 한 장면이다.

1969년이 배경인 <아이스케키>는 <안녕, 형아>와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등 가족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는 MK픽처스가 제작하는 영화다. 열살 된 소년 영래(박지빈)는 박치기를 잘하는 씩씩한 아이지만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의기소침해지곤 한다. 밀수화장품을 팔면서 영래를 혼자 키우는 엄마(신애라)는 아버지가 죽었다며 이름조차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서울 사는 대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래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면서 용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영래는 아이스케키 공장에 다니는 인백 아저씨(진구)에게도 서울 가면 아버지를 찾아봐달라고 부탁한다.

30년 전 따뜻하고 정감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스케키>는 전남 곡성군에 대형세트를 건설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1960년대 기차역과 아이스케키 공장, 그 당시 분위기를 재현한 가옥 20여채 등이 들어찬 세트는 아이들이 아이스케키 박스를 메고 거리에 나설 정도로 어려웠지만 마음만은 넉넉했다는 옛날 시골 분위기를 전해줄 것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백야도 마을의 헌 집을 뜯어고친 영래의 집도 티격태격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자의 정(情)을 담고 있다.

데뷔 17년 만에 처음 영화에 출연하는 신애라는 아이 엄마답게 모니터를 지켜보면서도 친아들인 양 박지빈을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밤샘촬영에 지친 박지빈의 목소리가 갈라지자 “지빈이, 담배 피웠냐”며 웃는 스탭들도 영화와 어울리는 정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이스케키>의 감독은 단편영화 <운동회> 등으로 알려진 신인 여인광 감독.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희망과 가족애, 더불어 살아감이라는 새로운 습관이 배어 있었으면 한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6월8일 촬영을 마치는 <아이스케키>는 올해 8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