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팝콘&콜라] 시사회 없는 개봉은 ‘먹튀’ 전략?
2006-06-15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으로 언론 시사회를 하지 않은 채 지난달 개봉한 뒤 〈오멘〉도 국내 시사회를 거치지 않고 6일 개봉했다. 두 영화가 시사회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다르다. ‘칸 영화제 개막작 선정’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워 시사회를 하지 않은 〈다빈치 코드〉는 베일 전략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다. 베스트셀러가 된 원작의 인기를 업고 기독교계의 논란 자체를 영화 홍보 수단으로 삼으면서 궁금증을 극대화했다. 이 전략은 적중해 한국에서 이 영화의 사전 예매율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특히 칸의 첫 상영과 국내 개봉 직후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는 점을 떠올리면 ‘입소문’을 막은 전략은 제대로 성공했다. 개봉 20일 만에 전국 관객 300만명을 동원했지만 첫주의 기록적인 관객동원에 비하면 뒷심은 이에 못미친다고 볼 수 있다.

〈오멘〉은 실무적인 이유로 한국에서 언론 시사회를 열지 못했다. 6월6일 0시 전세계 동시개봉을 앞두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의가 6월 초에야 났기 때문에 시사회를 열 시간이 없었다는 게 홍보사의 설명이다. 직배사 영화는 이처럼 종종 프린트 수급과 심의·개봉까지의 일정이 빠듯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많은 영화들이 개봉 하루이틀 전에라도 급히 시사회를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멘〉이 시사회를 열지 않은 건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다빈치 코드〉와 유사한 ‘자신감’도 놓여 있다. 원작영화의 ‘브랜드’ 인지도가 이 리메이크작의 기대감을 알아서 부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리뷰 기사가 나가지 않아도 볼 사람은 본다는 자신감이다. 배급사가 발표한 〈오멘〉의 첫주 관객 수는 전국 22만7650명. 기대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월드컵 여파로 지난 주말 서울 전체 극장 관객 수가 60만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패는 아니라는 게 홍보사의 반응이다. 외국에서도 시사회를 건너뛰고 개봉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은 미국에서 유대인들의 격렬한 비난과 논란을 우려해 지난해 미국에서 시사회를 하지 않았고, 6월 말 한국 개봉과 그 전에 시사회까지 잡힌 샤를리즈 테론의 〈이온 플럭스〉는 리뷰가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제작사의 판단에 따라 현지 시사회를 열지 않았다.

시사회를 하고 하지 아니하고는 어떻게 보면 제작자나 배급사의 자유다. 얼마전 전주국제영화제에 왔던 미국의 세계적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의 감독작 시사회를 열지 않는 걸 작가의 자존심이라는 식으로 두둔했다. 지난해 김기덕 감독 역시 〈활〉을 시사회 없이 전국 2개 극장에서 개봉시켰다. 그러나 작가의 자존심과 흥행논리는 다른 맥락이다. 개봉 전에 이미 떠들썩한 이야깃거리가 되는 막대한 제작비 규모나 스타 파워 등에 힘입은 자신감을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이 비판적인 리뷰 기사나 입소문을 막으려는 전략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껏 부풀린 광고만으로 관객을 유인하고 뒷감당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야말로 먹고 튀자는 ‘먹튀’전략이 아닐까.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