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케이블 새 드라마 ‘시리즈 다세포 소녀’ 지휘 김의석 총감독
2006-06-15
글 : 남은주
사진 : 정용일 (<한겨레21> 선임기자)
“안방서 ‘센’ 성적 코미디 먹힐지 고민”

고등학생 ‘음란비사’ 다룬 인터넷 인기만화 원작
젊은 감독 9명 총 40편 나눠 찍어 전복적 즐거움 끌어낼까

만화 〈다세포 소녀〉는 무쓸모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청춘답지 못한 청춘들의 음란 비사다. 변태 수학 선생, 가난을 등에 업고 다니는 소녀, 성행위를 한번도 못해 왕따가 된 외눈박이, 오빠의 자위 현장을 목격하고 자살을 기도하는 도라지 소녀 등 고정 캐릭터들은 있지만 주인공은 없고, 매회 에피소드는 있지만 꾸준한 줄거리도 없다.

이 만화를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다세포 소녀〉로 옮겨 오는 8월부터 수퍼액션 채널에서 방영한다. 원작만화 자체가 독특한 만큼, 드라마도 9명의 감독들이 편당 15분짜리 2~6편씩을 제작해 총 40편으로 완성하는 특이한 방식을 택했다. 단편영화 출신의 아이디어가 싱싱한 젊은 감독들이 감독을, 〈결혼 이야기〉 〈북경반점〉 〈청풍명월〉을 감독한 김의석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2005년 7월 삼십대 초반의 젊은 감독들과 백전노장 프로듀서가 모여 “원작 만화가 가진 전복성, 성적 판타지, 코믹성만을 살리기로 합의”하고,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시나리오 쓰고, 팀을 구성해 게릴라식 촬영에 나섰다. “파격적인 원작과 제작시스템에서 감독들만 믿고 찍었습니다. 〈어린이 바이엘 상권〉의 조운, 〈구타유발자 잠들다〉의 유정현, 〈정말 큰 내 마이크〉의 우선호 등 단편영화에서 인정받은 감독들과 김성호, 안태진 등 실력있는 현장 조감독들을 모았습니다.” 김의석 프로듀서는 〈시리즈 다세포 소녀〉를 “하나의 원작이 아홉명의 감독들로 세포 분열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성기를 표현할 때도 어떤 감독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어떤 감독은 과일로 하는 식입니다. 우선호 감독은 아예 줄거리를 다시 썼지요. 그 결과 ‘무쓸모 고등학교’ 편에서는 원작에는 없던 교육현실을 풍자하는 대목이 생겼습니다.” 만화 내용에 너무 의존했다는 드라마 〈궁〉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시리즈 다세포 소녀〉에는 30% 이상 창작 내용을 넣었다고 한다. 인터넷 연재 당시 가장 흥미를 끌었던 캐릭터 ‘가난소녀’는 정소연 감독이 맡아 만화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하니 만화보다는 드라마가 더 판타지인 셈이다.

감독의 상상력을 제약하지 않는 대신, 현실적인 제약은 컸다. 제작비 10억원, 촬영기간 2개월, 에이치디 소형 카메라 3대로 40편 티브이 드라마를 찍어야 했다. 더한 현실적인 제약은 ‘검열’ 문제였다. 원작의 재미는 모범생들이 벌이는 에스엠(가학적 성행위) 행각, 게이인 축구부 주장, 전교 1등 일진회 등 고정관념과 마구잡이식 성담론이 충돌하는 그 순간에 있었다. 김 프로듀서는 “성기 노출 절대 금물로 시작해 성을 묘사하는 단어를 일일이 제한하는 방송윤리 심의 규정을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자체 검열도 작용했다.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처럼 ‘센’ 성적 코미디를 즐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프리섹스를 즐기거나 선생님들이 변태처럼 나오는 등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들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충돌을 피하면서 ‘전복적 즐거움’을 캐올 수 있을까? 지금 편집 중인 40편의 〈시리즈 다세포 소녀〉는 아직 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아마도 참여했던 젊은 감독들은 만화 원작에서 ‘학생회장’이 한 말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의 대부분 재미난 것들은 반윤리적이지. 투우라든가 이종격투기라든가. 그렇지 않아?”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