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뉴욕에는 여름철 더위를 완전히 식혀줄 공포영화 한편이 상영되고 있다. 바로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이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해 만든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이다. 수온의 증가로 인해 엄청난 크기의 빙하가 무너지는 장면에서 관객의 ‘헉’ 하는 소리를 여기저기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아무리 무서운 괴물이나 귀신을 다룬 영화나 재앙영화라도, 실제 지구에 닥쳤을 때의 무시무시한 모습에는 견줄 수 없을 듯하다.
지난 5월24일 뉴욕과 LA에서의 한정 상영을 시작으로 현재 상영관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 이 작품은, 2000년 선거 뒤 지난 6년간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수백여 차례 강의를 했던 전 부통령 앨 고어의 ‘지구온난화 슬라이드쇼(?)’의 내용을 그의 강의와 함께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자료사진, TV뉴스 내용 등을 첨부해 집대성한 다큐멘터리다. 자신을 ‘전 차기 대통령’(former next president)이라고 코믹하게 소개한 고어는 그러나 작품 내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물론 기타 정당에 대한 정치적인 내용은 배제하고 지구온난화에 초점을 맞춰, 세계가 당면한 심각한 현실에 대해 강조한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 증가로 가속화된 지구온난화에 대해 이산화탄소 방출 감소에 대한 노력은 지금 당장부터 시작해야 하며 “이는 정치적인 이슈가 아니라 도덕적인 이슈”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첫 우주비행사가 지구의 모습을 최초로 찍은 사진은 지금의 모습과 현저하게 비교된다. 빙하와 호수들이 급격하게 줄고 있으며, 그 유명한 ‘킬리만자로의 눈’은 이제 자취조차 찾아볼 수 없다. 고어에 따르면 역사상 가장 고온이었던 톱10 연도는 모두 지난 14년간 발생했다. 빙하와 눈은 햇빛을 반사하지만, 바닷물은 이를 흡수한다. 따라서 빙하가 녹을수록 더 많은 태양열이 지구에 남게 되는 것. 남미에서는 지난해 난생처음 허리케인을 경험했고, 세계적으로도 태풍의 발생 횟수가 크게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플로리다를 지난 뒤 온도가 높은 만류(Gulf Water)로 인해 가속화되는 바람에 뉴올리언스에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지구온난화는 “최근 발표된 925개의 과학 논문에서 100% 과학자들이 동의한 사실”이지만,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된 기사 내용 중에는 57%가 지구온난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43%만이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고어에 따르면 과거 담배업계가 그러했듯, 에너지 업계 역시 지구온난화를 사실로 인정하기보다는 “논쟁으로 보존”(reposition global warming as a debate)하라는 홍보 전략을 쓰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공화당 상원의원이며 환경 및 공공근로위원회 의장인 제임스 인호프는 지구온난화에 대해 “미국인을 상대로 한 최대의 속임수”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인호프 의원이 의장직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불편한 진실>을 관람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이 작품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평론 전문사이트 ‘로튼토마토 닷컴’에 따르면 <불편한 진실>의 평균 신선도는 89%이며, 이중 대표적인 평론가들의 평을 모은 ‘크림 오브 크롭’ 섹션에서는 94%의 신선도를 기록했다. 현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가 평균 개봉되는 2천∼3천개의 스크린 수에 한참 밑도는 122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이 작품은 6월11일 현재 4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