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착신아리 파이널> 홍보차 방한한 호리키타 마키
2006-06-27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이혜정
외로움 끝에 탄생한 선악의 두 얼굴

일본영화 <착신아리 파이널>에서 부산으로 수학여행을 온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은 하나둘 누군가에게서 의문의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그리고는 죽어간다. 평소 반 친구들의 따돌림을 참다못해 목을 매 자살하려다 실패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나쁜 망령이 깃들어버린 여학생 아스카가 그들에게 죽음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아스카 역을 맡은 것이 호리키타 마키다. 이렇게 말하고 보면 꽤나 귀기서린 눈빛의 여학생이어야 맞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기에 호리키타 마키는 마냥 순진하고 예쁘장하게 생겼다. 영화의 설정에 정말 어울렸던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수줍음과는 달리 영화 속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이 확고하다. “차라리 괴롭히는 것보다는 당하는 쪽이 낫다”는 게 호리키타 마키의 생각이다. 배우를 하기 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농구를 하는 것이 취미였다고 말하는 걸 보면, “<착신아리 파이널>에 같이 나온 또 다른 여주인공 구로키 메이사와도 같은 회사에 있고, 항상 일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라는 말이 겉치레로 들리지는 않는다.

다만, 본의 아니게 촬영 중 많은 시간 동안 혼자 있어야 했던 건 가장 기억에 남는 외로움이었다. 그럴 수밖에. 집안 한구석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희생자를 고르고, 옆에 있지도 않은 자기 자신을 향해 말을 걸고 또는 착한 아스카 역으로 되돌아오는 것까지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말하고, 놀라고, 화내고, 울고, 또 미안해하고. 아닌 게 아니라 호리키타 마키는 “영화를 찍고 나서도 그때 감정이 남아서 힘들었다. 상대 배역 없이 하다보니 내 연기가 어땠는지도 불안했고. 어쨌든 나중에 보니 내가 봐도 좀 무섭더라”는 것이 지금 그녀의 자평이다.

호리키타 마키는 지금 떠오르는 십대들의 스타다. <착신아리 파이널>이 일본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관계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호리키타가 그동안 출연한 음료수, 초콜릿 등의 광고 상품 이미지만 생각해봐도 얼른 이해가 간다.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은 뒤, 2003년 <코스믹 레스큐>라는 영화의 오디션에 합격하여 연기를 시작한 지 4년째다. 기간에 비해 성장은 빠른 편이다.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으로 올해 3월에 열린 일본아카데미영화제에서 신인상도 공동 수상했고,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 있는 일본 드라마 <노부타 프로듀스>를 통해 웬만한 한국의 일본영화나 드라마 팬들은 다 아는 배우다. 거기서도 호리키타 마키는 독특한 자기 세계 덕에 왕따를 당하는 학생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녀를 인기인으로 만들어주려는 친구의 도움으로 모두에게 선망받을 만한 인기 학생의 자질을 갖추게 되지만, 그 순간 드라마 속에서 그녀가 맡은 주인공의 다짐은 이런 것이다. 내가 아닌 모습은 싫다는 것. 어쩌면, 그건 나쁜 아스카와 착한 아스카를 동시에 연기해내야 하는 <착신아리 파이널>에서의 고행을 받아들인, 배우 호리키타 마키 그 자신의 선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는 영화 속 아스카의 슬픈 사정인지도 모른다. 아스카가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건 아무도 돌보지 않는 반 친구를 홀로 돌보았다는 점 때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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