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미리 보기
2006-06-28
글 : 이다혜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 촬영 중에 자원 엑스트라를 모집한 적이 있었다. 신청자가 7천명에 달했다는 소식은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를 단적으로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세계적으로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인 흥행성적에 힘입어 3부작으로 재편되었고, 시리즈 2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새로운 악당과 모험을 한가득 승선하고 최악의 해적 잭 선장, 정의감 넘치는 아름다운 청년 윌, 아름답고 용감한 여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돌아왔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전편과 어떻게 다를까, 그리고 <망자의 함>과 동시에 제작된 3부작 완결편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이하 <블랙펄의 저주>)는 세계적으로 6억5천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충격적인 성공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블랙펄의 저주>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블랙펄의 저주>는 여름 대작 중 가장 실패 가능성이 높은 영화였다”며 폭발적 흥행 결과를 분석했다. 놀랄 이유는 간단했다.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흥행 참패를 보고도 대작 해적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게다가 올랜도 블룸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떠나 어떤 배우가 될지 미지수였고, 키라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영국 내에서 소소한 인기를 얻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디즈니와 조니 뎁의 궁합이 어떨지도 미지수였다. 그런데 <블랙펄의 저주>는 각국 박스오피스를 휩쓸기 시작했고, 곧 속편 제작 소식이 들려왔다. 3년이 지나, 2006년이 되었다. 월드컵 폭풍이 지나면 블록버스터의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한국 극장가에도 슈퍼히어로와 괴물이, 그리고 허름한 해적선을 몰고다니는 사고뭉치 해적이 찾아올 것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이하 <망자의 함>)은 <블랙펄의 저주>가 끝난 데서 시작한다. 해적인 주제에 정작 자기 배를 남에게 빼앗겨 난처한 상황에 처하곤 했던 잭 스패로우(조니 뎁)는 해적선 블랙펄을 되찾아 바다로 떠났지만, ‘최악의 해적’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또다시 사고를 친다. 블랙펄호를 10년간 소유하는 대신 자신의 영혼을 주기로, 바다 밑에 사는 전설적 존재 데비 존스(빌 나이)와 약속했던 기한이 다 찬 것. 잭은 데비 존스로부터 영혼을 지킬 방법에 골몰하다가 결혼을 앞둔 윌 터너(올랜도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라 나이틀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아마겟돈>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같은 영화뿐 아니라 <C.S.I.> <어메지징 레이스> 같은 TV드라마와 리얼리티 쇼를 잇따라 성공으로 이끈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블랙펄의 저주>의 흥행여부가 불투명했던 제작 초기에 이미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브룩하이머는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 ‘캐리비안의 해적’을 모태로 만들어진 영화로 뭘 하겠느냐는 냉소에도 불구하고 <블랙펄의 저주> 제작 초기에 주요 배우들과 2, 3편에 대한 출연계약을 맺었다. 그게 다가 아니다. “혹시 몰라서 극중 해적선들인 블랙펄호와 플라잉 더치맨을 원형 그대로 보관할 생각이다. 제2의 3부작을 만들지도 모르니까.”

썩어가는 유령선과 문어다리 얼굴을 한 바다괴물

하지만 <망자의 함>은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캐리비안의 해적> 3부작의 가운데 이야기다. 속편 제작이 결정된 뒤, <망자의 함>과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이하 <세상의 끝>)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동시에 촬영이 진행되었다. 3부작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망자의 함>이 준비한 것은 확실한 업그레이드. 전작의 2배가 넘는 3억달러에 가까운 제작비는 세 주인공의 개런티를 인상하는 데 쓰였을 뿐 아니라 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바닷가 섬 로케이션, 전편을 뛰어넘는 바닷속 괴물과 해적들의 변신장면 등에 쓰였다. 특히 세인트 빈센트에서 찍은 장면들은 흰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시원한 조화를 이룬다. 전편에서 달 밝은 밤이면 해적선이 유령선으로 변하고 해적이 해골이 되어 바다 밑을 떼지어 몰려가는 장면이 을씨년스러운 충격을 주었다면, 이번에는 썩어가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과 문어처럼 움직이는 다리가 여럿 달린 얼굴을 한 바다괴물 크라켄, 그리고 외딴섬에서 펼쳐지는 식인 풍습이 모험담에 긴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주인공들이 상대해야 하는 악당의 면면이나, 주인공들 자신의 내면은 1편보다 어두운 색채를 띠고 있다. 주술사의 오두막이 풍기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때를 놓치지 않는 액션신들과 어우러진다. <블랙펄의 저주>에서 잭 선장을 말썽쟁이 소년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로 슬랩스틱적인 연기로 소화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조니 뎁이 발군의 연기로 영화를 사로잡았다면, <망자의 함>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윌을 연기한 올랜도 블룸과 남장을 하고 본격적인 액션에 뛰어드는 엘리자베스를 연기한 키라 나이틀리에게 무게중심이 상당히 옮겨가 있다. 전작에서 제프리 러시가 바르보사 선장 역을 맡아 조니 뎁과 팽팽한 대결 구도를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빌 나이가 데비 존스로 출연해 극적 긴장의 대립구도를 완성시킨다.

그래서 <망자의 함>은 <블랙펄의 저주>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동시에 차이점이 많은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편과 같은 배경에서 출발해 같은 감독, 같은 배우, 같은 시나리오 작가, 같은 제작자를 거느리고 있지만 인물들의 나이테는 점점 더 많아지고 깊어져간다. 윌은 더이상 아름답기만 한 청년이 아니다. 윌은 악당 데비 존스 밑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잭에게 배운 트릭을 써먹기도 하고 칼부림을 헤쳐가면서 어둠의 한가운데로 몸을 던진다. 엘리자베스는 이제 코르셋에 속박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양손에 칼을 들고 적극적으로 싸워가는 여전사가 되었다. 인물들이 어둠 속으로 발을 들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어둡고 극적으로 변했다. 올랜도 블룸은 “1편과 너무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면 관객은 실망한다. 또한, 1편에서 너무 앞서 나가면 일관성이 없어진다. 그래서 해적들이 달빛을 받으면 해골로 변하는 설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정도의 업그레이드는 필수적이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한다.

식인장면에 대한 원주민의 항의, 폭풍과 모래에 묻히는 사건 사고

<망자의 함>과 <세상의 끝>을 동시에 촬영했기 때문에 <세상의 끝>은 시나리오가 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해야 한 애로점도 있었다. 게다가 바다에서 찍는 촬영분이 많았기 때문에 매일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인명피해와 같은 큰 사고는 없었지만 매일 자고 나면 배나 세트가 부서져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카리브해에 폭풍이 불어 대피해야 했던 일도 있다. 폭풍이 지나가고 세트가 모래에 묻히는 사고도 있었다. 촬영일이 다 되었는데 배가 완성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배우들이 아파서 촬영을 할 수 없었던 일도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과 투명한 바다는 보기엔 좋았지만 해변의 모래밭은 마치 밀크셰이크처럼 배우들의 움직임을 빨아들여 액션 연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의 변덕 때문에 일어난 그러한 사고들은 어느 영화촬영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지만, 특이하게도 <망자의 함>은 원주민의 식인 풍습이 나오는 장면 때문에 말썽을 겪기도 했다. 도미니카의 작은 섬 바타카에서, 잭 선장은 식인 풍습을 가진 원주민들에 의해 산 채로 구워져 먹힐 처지에 놓이는데, 이 장면을 두고 지역 주민들이 항의한 것. 섬 주민들은 일당을 받고 엑스트라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문제의 장면이 자신들의 조상을 욕되게 한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식인장면이 바타카섬의 옛날 주민들을 식인귀였던 것처럼 보이게 할 여지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제작사쪽은 이 장면이 유머러스하게 처리되었으며, 바타카의 역사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망자의 함>과 <세상의 끝>이 동시에 촬영되었기 때문에 어느 영화의 어느 대목을 찍고 있는 건지 배우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했다. 키라 나이틀리는 “3편의 마지막 부분을 찍다가 2편 앞부분으로 돌아오면 정말 헷갈린다. 다른 두개의 영화를 찍는 게 아니라 한편의 긴 영화를 찍는 기분이다. 지난 2년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계속 <캐리비안의 해적>만 찍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망자의 함>과 함께 촬영한 3편 <세상의 끝>

1년을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을 <세상의 끝>에는 <망자의 함> 속 인물들이 거의 다시 등장하지만 가장 기대되는 새 출연진은 주윤발이다. 제리 브룩하이머는 <블랙펄의 저주>가 아시아에서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기 때문에 보답을 하고 싶었다며 영화의 무대에 아시아 지역을 등장시키고 주윤발을 캐스팅해 동양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조니 뎁이 잭 선장의 성격과 옷차림, 성격 등을 구상할 때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적 있는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처즈가 <망자의 함>에서 잭 선장의 아버지로 깜짝출연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키스 리처즈가 지닌 우아하고, 재치있고, 현명하며 아름답기까지 한 자신감”을 잭에게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한 적 있는 조니 뎁은 키스 리처즈를 직접 만나 출연할 것을 설득했으나, 롤링 스톤스의 투어 일정 때문에 결국 출연은 불발되었다.

과연 <망자의 함>은 <블랙펄의 저주>가 보여준 매력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전편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던 비딱한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이다. <망자의 함>은 7월6일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개봉할 예정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새 식구들

우리가 더 멋진 모험담을 보여주마!

멋진 악당은 매력적인 영웅을 낳는다. <블랙펄의 저주>에서 윌과 잭 선장을 모험담의 주인공으로 근사하게 끌어올린 일등 공신은 바르보사였다. <망자의 함>에서 규모가 커진 것은 제작 예산뿐만 아니라 악당의 사악함이기도 하다. 이번에 윌을 궁지에 몰아넣고 잭 선장을 필살의 모험으로 끌어들이는 인물은 데비 존스다. 데비 존스 역은 영국 배우 빌 나이가 맡았는데, 빌 나이는 <러브 액츄얼리>에서 한물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마구잡이로 이끌어가는 록스타를 연기해 코믹하지만 가슴 짠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다. 코믹호러물인 <숀 오브 데드: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 주인공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양아버지 필립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망자의 함>에서 윌의 아버지로 출연하는 배우는 스텔란 스카스가드. 스웨덴 출신인 스카스가드는 덴마크에서 활동하다가 <프라하의 봄> <붉은 10월> 출연을 계기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엑소시스트: 더 비기닝>에서 신부로 출연하기도 했다.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와 <도그빌>에 출연했으며, 여섯 아이들 중 넷을 연기자로 키우고 있다. 영국 배우가 유독 많이 출연하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새로 승선한 영국 배우는 나오미 해리스. 인간이 좀비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28일후…>에서의 연기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해리스는 <망자의 함>에서 원주민 주술사로 등장, 영화에 신비스런 분위기를 더한다. 해리스의 차기작은 콜린 파렐, 제이미 폭스의 <마이애미 바이스>. <망자의 함>에 새로 출연하는 이 세 배우들은 <세상의 끝>에도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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