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 첫 공개
2006-06-27
글 : 문석

강우석 감독의 신작 <한반도>가 6월26일 기자시사를 통해 두터운 베일을 걷고 모습을 드러냈다. 강우석 감독이 15편의 영화를 만드는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 고생을 한 영화”라는 <한반도>는 가공의 이야기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한국 내부의 정치지형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어 ‘팩션’(faction)으로 분류될 수 있는 영화다. 특히 이 영화는 동아시아에서 꾸준히 발언권과 무력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어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한반도>의 배경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 남북간의 협력과 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마침내 남과 북은 양국의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경의선의 완전 개통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때 일본 정부는 경의선 운영권을 영구히 일본에 넘긴다는 1907년도의 문서를 들이밀며 “경의선 개통을 불허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해온다. 만약 한국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약속된 157조의 차관을 빌려주지 않으며, 한국에 제공된 일본의 기술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도무지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이 상황에서 재야사학자 최민재(조재현)가 나타난다. 을사조약과 한일합방의 무효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온 그는 일본이 내민 문서에 찍힌 고종황제의 국새가 가짜라고 주장한다. 그는 고종황제가 비밀리에 가짜 국새를 만드는 대신 진짜 국새를 어디론가 숨겼다며, 이것만 찾는다면 일본의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대통령(안성기)을 설득한다. 대통령은 민재로 하여금 진짜 국새를 찾도록 하지만, 일본과 협력해야 한국이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국무총리(문성근)와 그의 뜻을 따르는 국정원 요원 이상현(차인표)은 민재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96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여된 <한반도>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에도 불구하고 볼거리 위주의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 청와대와 국정원, 그리고 경복궁의 내외부가 정교하게 세트로 만들어졌고, 정부종합청사가 파괴되는 모습 등이 실감나며, 구축함의 항해와 전투기의 비행 등이 실제로 촬영됐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은 단지 화려한 화면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는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는 국새 찾기 과정을 미스터리 장르나 액션 장르의 틀로 풀어내려 하지도 않는다. <한반도>의 초점은 민재가 국새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 뿐 아니라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 대통령과 반대편에 선 자들의 음모, 그리고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1919년 고종이 사망하는 과정 등 과거의 이야기 등에 고루 맞춰져 있다. 강우석 감독은 이들 장면들을 대비시키면서 ‘100년 전의 역사가 현재에도 꾸준히 되풀이 되고 있다’는 자신의 생각을 불어넣는다. 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채 충돌하는 다양한 입장을 보여주는 <한반도>는, 하지만 그리 긴장력이 없다. 국새 하나에 한 국가, 나아가 동아시아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설득력 떨어지는 설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 속 캐릭터들에겐 객석을 빨아들일만한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역사관을 설파하는 <한반도> 속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시간27분짜리 강의” 또는 “지루한 논쟁”이라는 일부의 악평은 어느정도 근거있는 듯 보인다. 한반도를 끊임없이 넘보는 일본 등 외세, ‘현실론’을 내세워 이에 부화뇌동하는 국내 세력 등을 폭로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강우석 감독의 ‘충정’과 ‘사명감’은 백번 이해할 수 있지만, 별다른 극적 여과장치도 없이 설교조의 직설화법이 반복되는 탓에 극적 긴장감은 떨어진다. 과연 관객들은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론’ 강의에 동참하려 할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2003년 <실미도>의 기자시사가 끝난 뒤 상당수 기자들은 “영화는 재미있는데 과연 젊은 관객들이 호응할까?”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시네마서비스조차도 이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전력을 가진 ‘흥행의 기술자’ 강우석 감독이기에 이 영화에 “500만 이상은 들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데는 무언가 근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과연 그는 또 한번 ‘강우석의 마법’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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