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아파트>가 ‘논란에 대한 논란’에 휘말렸다. 이른바 ‘논란 마케팅’ 논란이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22일 <아파트>의 촬영지였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제작사와 안병기 감독을 상대로 영화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사전 양해없이 촬영이 진행돼 사유재산권을 침해당했고, <아파트>가 공포영화라 주민들이 생활에서 많은 공포감을 겪고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논란은 해당 영화 관계자들과 아파트 주민들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이 ‘영화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논란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물론 한국영화제작가협회까지 나서서 “어느 제작자가 영화상영을 볼모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며 발끈한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논란 마케팅 음모설’이 억울할 법도 하다. 실제로 아파트 주민들이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낸 데다, 영화계에서도 이례적인 송사에 휘말렸으니 제작사 쪽도 적잖이 당황스럽고 골치 아픈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물론, 각종 드라마나 음반, 연예인들에 관한 수많은 ‘논란 마케팅’에 노출돼 온 네티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음모설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기간 극장에 걸리는 영화가 스무 편도 넘는다. 촬영을 마친 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까지 합하면 수는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또 요즘은 개봉을 알리는 보도자료는 물론 제작 및 캐스팅 확정, 크랭크 인과 크랭크 업, 포스터 및 예고편 동영상 공개나 촬영 에피소드들까지 홍보가 될 만한 일이 생기면 일단 알리고 보는 홍보홍수 시대다. 그래서 영화기자들한테 뿌려지는 영화 홍보메일만도 하루에 30여건 이상이고, 디브이디나 영화제 홍보메일까지 합하면 메일박스가 금새 미어터진다. 지면 제약이 없는 인터넷 매체들의 경우, 이런 홍보메일의 상당수를 기사화한다. 따라서 네티즌을 포함한 예비관객들이 접하게 되는 영화관련 뉴스의 양도 엄청하다.
블록버스터 영화, 초특급 감독이나 배우가 작업한 영화라면, 빗발치는 홍보 콘텐츠 화살들 속을 뚫고 예비 관객들의 심장이나 뇌리에 내리꽂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제목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록 네거티브적인 방식일지언정 ‘논란’이라도 되어 인구에 회자되면 영화홍보에 큰 도움을 받는다. 종교나 정치문제에서 비롯된 상영금지가처분신청 논란이나 선정성 때문에 불거진 영화등급판정 논란 등은 교과서적인 논란에 해당된다. 요즘은 심지어 가십이나 뒷담화 수준의 영화 결말논란이나 배우 연기논란까지, ‘이런 것도 논란 맞아?’ 싶은 얘기들이 자주 논란으로 포장돼 홍보된다.
한 영화홍보사 관계자는 “진짜 ‘논란’이 될만한 영화들은 잘못 이슈가 됐다간 크게 두드려맞고 흥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작사나 홍보사가 오히려 쉬쉬하려는 경향까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적극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되는 ‘논란’의 경우, 네티즌들의 댓글 몇개가 논란으로 부풀려지는 사례가 상당수”라며 “제작사나 홍보사들도 자기 영화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게 달갑지는 않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튀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고충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