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러닝 스케어드> <엑스맨: 최후의 전쟁> 카메론 브라이트
2006-06-26
글 : 김도훈
할리우드를 놀라게 한 열세살 돌연변이

카메론 브라이트는 영화 속에서 거의 한번도 소년다운 밝은(bright)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그는 두편의 영화(<울트라 바이올렛>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돌연변이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미스터리한 아이였고, 다른 두편의 영화(<갓센드> <탄생>)에서는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음울한 소년이었다. 그리고 최근 개봉한 <러닝 스케어드>에서 그는 양아버지를 사살하고 쫓기는 소년을 연기한다. 다코타 패닝이 특유의 명석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어른들을 놀라게 한다면, 브라이트는 어른의 속내를 감춘 듯한 연기로 어른들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 또 하나의 돌연변이 신인류가 할리우드에 등장한 것이다.

“<탄생>에서의 브라이트는 굉장했다.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을 만큼 귀신들린 연기였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공연한 휴 잭맨의 찬사처럼, 브라이트가 사람들의 시선을 본격적으로 낚아챈 것은 조너선 글레이저의 <탄생>(2005)에서부터다. 이 영화에서 그는 소년으로 환생한 니콜 키드먼의 죽은 남편을 연기한다. 꽤나 웃기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브라이트가 “내가 너의 남편이야. 널 사랑해”라고 키드먼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순간. 관객은 그것이 너무도 진실하게 들리는 데 기겁했고, 전미비평가협회는 그를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려놓았다. 게다가 극중 니콜 키드먼과의 나체 목욕장면은 언론들의 난리법석을 불러일으켰다. 브라이트는 모든 소동을 어른스럽게 일축한다. “만약에 미디어가 ACTRA(캐나다 배우조합)와 SAG(미국배우조합)가 어떤 식으로 아역배우들을 보호하는지 조금만 알았더라도 그따위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7살부터 연기를 시작한 브라이트는 너바나와 린킨 파크의 음악을 좋아하고, 추파춥스를 항시 입에 물고서 “저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이상한 애는 아닙니다”라고 말하는 평범한 캐나다 소년이다. 하지만 그걸 믿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가장 리메이크하고 싶은 영화가 뭐냐고요? 음.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입니다. 거기 나왔던 꼬마애 연기가 정말로 형편없었잖아요. 너무 기분 상해하지는 말기를.” 가시 돋친 말도 슬그머니 흘릴 줄 아는 브라이트는 <러닝 스케어드>의 웨인 크레이머 감독에 따르면 “스스로를 감독할 줄 아는 배우”다. 그리고 브라이트는 이제 겨우 13살이 되었다.

사진제공 영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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