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끈끈한 인간애로 빛나는, <강적>의 최명수
2006-07-03
글 : 장미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면 다른 세상에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액션물 <강적>에서 강력반장으로 출연한 최명수는 시를 읊듯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매서운 눈매와 건장한 체격 속에 인간적인 냄새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강적>에서 박 반장이 자신의 동료 하성우(박중훈)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절친한 동료 성우가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더라도 신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의리의 문제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다. 누구에게나 끝까지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한명 정도는 있다. 이러다 자기도 다칠 것 같아 미치겠는데, 그래도 쟤만은 끝까지 외면 못하겠다는 그런 사람.”

<극장전> <살결> <음란서생>과 미개봉작 <사과>까지 다섯편의 장편영화에 출연한 그에게 <강적>은 출연 분량이 가장 많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그가 이 작품을 가장 오래 기억하고픈 까닭은 감독과의 교류가 유독 깊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날 내가 참석한 술자리에 조민호 감독이 왔는데, 우연히 화장실에서 두번이나 마주쳤다. 그분이 그곳에서 무슨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을 똑 부러지게 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그때 화장실에서 내게 뭔가 특이한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더라. 지금도 그분과는 화장실에서 자주 마주친다. (웃음)” 최명수는 조민호 감독이 “배우로부터 살아 있는 개성 같은 것을 뽑아내려고 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강적>의 박 반장과 배우 최명수에게 끈끈한 인간애가 동시에 묻어나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충무로에서 빛을 발하는 수많은 조연배우들이 그러하듯, 최명수 역시 연극계의 자손이다. 그는 현재 극단 ‘신기루 만화경’ 소속이며 10여편의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해왔다. “영화와 연극 모두 관객으로 하여금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판타지를 선사한다. 그것이 연기하는 사람들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힘이다.” 그런 이유로 연극도 영화도 놓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안정적인 것보다 변화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인지 최명수는 연출 경력도 갖고 있다. 일본 도쿄비주얼아트에서 영상연출을 전공한 그는 연극 <먼데이 PM5>와 단편영화 <내 안에서>를 연출한 바 있다(<내 안에서>는 공동연출을 맡았다). 때문에 언젠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별난 무언가가 튀어나오리라 기대해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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