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씨름판에서 댄스를! <천하장사 마돈나> 촬영현장
2006-07-03
글 : 이영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이번엔 상추쌈 말고 그냥 소금장에 찍어 먹어.” “젓가락 말고 집게로 집어먹는 걸로 가자.” ‘운동부 회식 금지’라는 플래카드를 붙여놓은 인천의 한 고깃집. 홀에 나란히 방석 깔고 앉아 배우들과 무전기로 타전하는 이해영, 이해준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보니, 무슨 요리 프로그램 촬영장에 와 있는 것 같다. “몰라요∼”로 유명한 개그맨 문세윤을 비롯해 씨름부원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육중한 몸매를 보면, 테이블 위에 쌓인 20인분의 삼겹살은 거뜬할 듯 보였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맨들맨들한 추리닝 차림의 배우들은 감독의 ‘컷’ 소리가 나면 다들 입 안의 음식물을 뱉어내느라 바쁘다. 삼겹살과의 전쟁을 마치고 나오는 배우들이 안쓰러웠는지 김무령 PD가 다가가 위로(?)의 말을 전하자, 문세윤이 배를 두드리며 “아까 저녁 때 괜히 갈비탕 먹었네” 한다. 지나치게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두 감독 왈, “배우들이 우리보고 그러더라. 쪼잔하다고”. 하지만 두 감독의 소심한 성격 탓일까. “마지막에 중요한 장면이 있는데 그때는 배우들이 맘껏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게 할 거다.” 이해영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지금은 배우들의 기를 좀 누르고 조여야 할 때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자신이 여자라고 믿는 뚱보 소년 오동구(류덕환)가 ‘진짜’ 여자가 되려고 수술비 마련을 위해 500만원의 장학금이 걸린 인천시배 씨름대회에 나간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이름이 좋으니 씨름부에 들어오라”는 감독(백윤식)의 말만 믿고 샅바를 잡은 오동구가 부원들과 첫 회식을 갖는 장면. 콘티를 슬쩍 보니 먹는 데 정신 팔린 덩치들 앞에서 동구는 렉시의 <애송이>를 부르며 수준급 댄스를 선보이지만 띄우려 했던 환영회 분위기는 더욱 “썰렁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안무를 다소 바꿔야 하는 탓에 류덕환은 안무감독과 함께 이해영 감독을 붙잡고 있고, 조용규 촬영감독은 이해준 감독과 앵글을 상의하고 있는 걸 보면, 메가폰 든 이가 둘이어서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는 안 해도 좋을 듯하다. “시나리오를 쭉 함께 써왔잖아. 콤비네이션이 있는 거지. 두 감독이 덤비면 부담도 두배라고.”(백윤식) 한참 촬영을 방해하던 취객의 고성이 끝나고 드디어 류덕환의 등장. 어릴 때부터 각종 댄스로 몸을 다진데다 촬영 전부터 따로 특훈을 받았던 류덕환에게 이 정도 춤은 식은 죽 먹기인지도 모른다. 꽉 끼는 교복을 입고 팔다리를 자유자재로 놀리는 류덕환의 리허설이 끝나자 촬영장은 크랭크업이라도 한 듯 여기저기 탄성으로 뒤범벅이다. 이날의 탄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8월24일(예정)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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