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우리 애들 건들면 죽는다, <뚝방전설> 촬영현장
2006-07-10
사진 : 이혜정
글 : 장미

“이제 에어컨 좀 켜!” 유난히 더웠던 지난 6월22일 오후. <뚝방전설>의 촬영현장이었던 홍익대 근처 지하 바 ‘비키니 버진’이 후끈 달아올랐다. 시나리오상의 장소 이름은 ‘바 오르가슴’. 끈적끈적한 상호명에 걸맞게 야릇한 포즈를 묘사한 네온사인이 바 한쪽에서 쉴새없이 반짝거린다. 미술 스탭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라 한다. 40평 남짓한 지하 공간에 50여명의 스탭과 배우들이 모였으니 숨도 못 쉴 정도로 더운 건 당연지사. 에어컨이 있지만 촬영 중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켤 수 없다. 촬영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마자 “에어컨 켜자”는 소리가 높아진다.

<뚝방전설>은 동네 건달 노타치파의 모습을 담은 청춘영화. 노타치파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 서린 뚝방을 사수하기 위해 뚝방파와 싸움을 벌인다. 그 중심에 혈기 왕성한 젊은 배우 박건형, 이천희, 신동현이 있다. 세 배우가 지닌 강렬한 청춘의 에너지를 드러내게 될 이 영화는 ‘학교 일진들이 어른이 된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조범구 감독의 의문을 토대로 기획되었다. 조범구 감독의 첫 장편독립영화 <양아치어조>가 청춘의 혼란스러움과 따뜻함을 생생하게 건져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낯선 선택은 아니다.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본격적인 충무로 데뷔작인 <뚝방전설>에 대해 그는 “경쾌하고 재밌는 캐릭터를 사용한 전형적인 상업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촬영분은 ‘바 오르가슴’에서 전설의 싸움꾼 박정권(박건형)이 정적인 뚝방파 보스 안상수(김수현)에게 “우리 애들 건들면 죽는다”고 경고하는 장면. “여기 아주 질이 안 좋다”는 정권의 말에 기성현(이천희)이 이선아(박지연)를 데리고 걸어나가면, 뒤이어 유경로(신동현)가 심정순(조미령)과 함께 살금살금 바를 빠져나간다. 정권과 상수의 기싸움이 시작되자 상수 역을 맡은 김수현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김수현은 “콘티상으로는 땀이 똑 떨어지게 돼 있다”고 말하며, 맺힌 땀이 사라질까 에어컨 바람마저 피하고 있었다. 배우들 중 유난히 여유로운 이는 MC몽으로 더 잘 알려진 신동현. 그는 촬영장을 활보하며 농담을 건네기에 여념이 없었다. “네가 왜 이천희야. 이광택이지. 야, 광택아.” 광택은 신동현이 이천희의 이름을 토대로 지은 별명. 신동현의 너스레에 주변은 순식간에 웃음으로 소란스러워졌다.

3월21일부터 촬영에 돌입한 <뚝방전설>은 현재 75% 이상 촬영을 진행한 상태. 인천, 대전, 군산 등을 오가며 달음박질해온 이 영화는 7월 초에 촬영을 마친 다음 8월 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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