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국제다큐페스티벌(EIDF)엔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 빽빽하다. 형건 이아이디에프 사무국장, 정윤환 프로듀서, 이향구 프로그래머가 4편을 고르고 골랐다
■ 반 누엔의 여정(두키 도로르 감독·14일 오후 1시40분 방송·10일 저녁 8시 서울 이비에스 스페이스 상영) = 반 누엔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베트남인이다. 외부인 취급당하는 그의 마음속엔 분노의 응어리가 쌓여간다. 1975년 전쟁을 피해 이스라엘에 온 아버지는 베트남으로 돌아가려 한다. 작품은 고향을 찾아 떠나지만 목적지를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의 방랑기다. 여정 중간 옛 전쟁 장면 등을 넣어 과거의 고통이 어떻게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지 에둘러 말한다. 개막작.
■ 지일(아르놋 하우번 감독·16일 오후 12시25분) = 벨기에 북부 마을 겔은 희한하다. 인구 3만5400명 가운데 550명이 정신병을 앓고 있다. 피붙이도 아닌 정신병 환자들을 주민들이 가정에서 돌보고 있는 것이다. 감독은 누가 어떤 병을 앓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특별하지만 평온한 이들의 관계를 그저 관조할 뿐이다. 농촌 마을의 서정적인 사계절 풍경과 오래 함께 살아 가족이 되어버린 만다 할머니와 리온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그레이스 리 감독·15일 오후 3시·14일 저녁 7시30분 서울 코엑스 아트홀 상영) = 한국계 미국인인 그레이스 리는 왜 그레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동양 여성이 많은지 궁금하다. 그들에겐 ‘착하고 얌전하며 친절한 사람’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다. 수많은 그레이스 리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개성을 찾아본다. 그 중엔 흑인 운동에 뛰어든 중국계 여성도 있다. 접근 방식이 독특하고 발랄한데 획일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개별성을 지켜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 바실리오의 은빛 꿈(키에프 데이비슨·리처드 라드카니 감독·11일 밤 11시15분) = 14살인 바실리오 바르가스와 동생인 12살 베르나르디노는 볼리비아의 은광산 체로리코에서 일한다. 산비탈 흙집에 사는 이들이 생활비를 벌려면 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바실리오는 나중에 유럽 곳곳을 여행하고 싶지만 꿈일 뿐이다. 이들 외에도 지하의 악마 ‘티오’를 무서워하는 어린이 800여명이 그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