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법에서 정한 제한상영가 등급 기준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해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의 수입사인 월드시네마가 낸 위헌신청을 받아들였다고 7월5일 밝혔다.
<천국의 전쟁>은 <하폰>으로 200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영화. 국내에 수입된 뒤 성기 노출 장면 등으로 인해 선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한차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문제 장면 자체 삭제 후 재심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정식 개봉이 불가능해지자 해당 수입사는 처분취소 소송을 냈고, 이어 서울행정법원에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구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제한상영가 등급 기준을 제시한 영화진흥법 제21조와 제22조를 문제삼으면서, 또다시 영화계 안팎에선 제한상영가 등급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제한상영가 등급의 필요성이 영화진흥법에 적시되어 있지 않은데다, 상영등급 분류의 구체적 기준들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규정에 일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헌법이 제시하는 명확성의 원칙이나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과거 영화진흥법의 등급보류 조치가 실질적인 검열에 해당하는 위헌이라는 이유로 도입된 제도이지만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들이 유통될 수 있는 상영관이 1곳에 불과한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실질적인 개봉 불가 조치였기 때문이다.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등위 위원들의 전문적 자질 시비, 애매모호한 등급 분류 기준이 도마에 올랐던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이번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