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반도> 강우석 감독, ‘국가주의’ 논란 불쾌하지 않다
2006-07-07
글 :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사진 : 이종근 (한겨레 기자)

<한반도>는 영화 내적인 면보다 영화 외적인 면에서 논란과 흥미를 자아낸다. 그 논란은 지지자와 비판자, 양쪽으로 갈리기보다 한국의 정치·이념 지형도 안의 어느 쪽이든 각자마다 비판과 지지의 지점을 달리 할 것같다. 어느 한 쪽에서는 ‘국가주의’라고, 다른 쪽에서는 ‘공허한 이상주의 내지 낭만주의’라고 흠잡을지 모른다. 대북 정책에 관한 영화의 입장을 두고, 노무현 정부와 코드를 맞췄다고 야당이 비난할지도 모른다. 시사회 뒤 이와 비슷한 반응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29일 만난 강우석 감독은 “영화 만듦새에 대한 비판이라면 힘들겠지만 영화 내용에 대한 논란은 불쾌하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영화가 강한 지도자와 국가를 열망하는 ‘국가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충분히 예상했다. 제목만 보고 국가주의의 극치로 달릴 것으로 보는 기자들도 있더라.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사람과 나라에 대한 내 사고가 바뀌었다. 요즘 들어 안 하던 일을 한다.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 하고 묻고. 내가 민족주의를 외치면 거기에 합당한 행동을 하고 있냐. 그럼 내 목소리를 내보자. 이 영화에 내 생각과 이념을 넣었다. 나는 영화와 다르다, 그런 생각은 없다. 다만 화두를 던지자. 비틀고, 은유하는 건 잘 할 자신이 있는데 이번엔 정공법으로 가자. 논란을 통한 흥행을 노리는 것으로 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냐, 물음을 던진 거다.

-일본은 패전 뒤 대한제국과 맺은 모든 협약을 포기한다고 국제재판소에 밝혔다. 지금 다시 그 협약을 들고 나온다는 설정은 비약 아닌가.
=일본이 억지를 잘 쓰지 않나. 남경대학살을 영토분쟁이라고 우기고. 독도도 그렇고. 군대도 안 만들겠다고 해놓고 그렇게 키우는데. 그러니 영화적 상상력으로 이렇게 가도 된다. 밀어부치자고 했다. 일본은 독도 문제든, 종군위안부 문제든 자꾸 한국을 도발한다. 그런데 감히 싸운다, 붙겠다 이런 생각 못하지 않나. 영화로라도 이겨보자. 영화 아니면 일본 외상이 한국인들에게 절 하겠는가. 오는 8월 15일 고이즈미 총리 또 신사참배 한다는데. 일본 우익은 아직도 한국을 식민지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구한말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편집이 많은데, 그때에 비해 지금의 정치 구조가 훨씬 복잡하지 않은가.
=그 차이점을 담기에는 분량도 많고 말이 엄청나게 많아진다. 그 나머지 부분은 안 그려야 관객들이 편하게 본다. 과연 그런 문제를 내가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문제도 있지만 영화가 너무 복잡해진다.

-대통령이 해군 제독에게 교전권을 부여하는 장면처럼 강한 지도자를 매력적으로 그리는 대목이 있다.
=그 장면은 실제로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고 찍었다. (“군사력이 열세 아닙니까?”라고 대통령이 물으니 제독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막아아죠. 막아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대통령은 “지금 이순간 제독에게 교전권을 부여합니다”라고 말한다.) 영화 본 사람들에게 제일 감동적인 데가 어디냐고 하니까 대부분이 거길 짚더라. 닭살 돋는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군인들은 운다. 우리 국방력이 너무 뒤쳐진다는 걸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해군력, 공군력 너무 열악하고. 영화 찍을 때 전 해군 작전사령관에게 ‘해군력이 열세인데 어떻게 합니까’ 물으니까 ‘몸으로 막아야죠’ 하더라. 그때 작가를 불러서 그 장면의 대사를 다시 쓰게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라고 보는 이도 있는데.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아니다. 박 전대통령 죽을 때 내가 스무살이었는데, 특별한 향수를 가질 수 없다. 그런 오해를 살까 우려하기도 했는데 미래의 이야기이고 하니까 그냥 넘어갔다.

-요즘은 반일보다 반미가 더 비중 있지 않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있고. 이 영화의 일본은 미국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말도 있다.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부분은 미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으로 짧게 처리했다. 단순한 반일·반미 영화라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그랬다. 미국 대사가 총리에게 ‘우리는 당신을 지지한다, 대통령의 노선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찍었는데 죽겠더라. 민족주의를 상업화했다고 치자. 그래도 영화적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온갖 나라 다 끌어와서 반일, 반미 영화 찍는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괴물>도 반미영화라고 하는데. 아쉽지만 자제했다.

-일본 요구를 들어주자는 총리같은 이들의 시각을, 소신에 따른 것으로 영화는 그리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더러 국수주의자라고 하는 지적이 불편하지 않은 게 저런 상황이 터졌다, 내가 지도자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나라면 정면 대결이라는 것이다. 총리의 시각을 내가 완전히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영화 구도상 선과 악의 싸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결과 대립으로 가야 한다. 이게 영화인으로서의 유일한 선택이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총리를 응징하지 않고 영원한 평행선처럼 갔다. 언제 한번이라도 우리가 만장일치로 간 적이 있나. 그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왜 저 총리를 놓아두냐는 사람도 많지만, 총리가 옳다고 하는 이들도 많다. 이런 화두를 던졌을 때 말이 많은 건 당연한 반응 아닌가. 원래 시나리오의 결말은 총리를 악인으로 못 박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바보 영화로 볼 것 같았다. 국가 얘기 하다가 개인 얘기로 돌아가는 게. 국가에 대해 총리가 뱉은 말이 있다면 그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나라 사랑하는 방법과 생각의 차이로 보여지게 했다.

-그럼 영화 속 대통령과 총리 중에 당신은 어느 편인가.
=6 대 4 정도랄까. 양쪽을 보여주되, 내 선택은 이쪽이다 정도를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진영을 나누는 데에, 통일에 관한 입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임권택 감독, 문성근 형과 같이 북한 갔을 때 가난한 사람들의 끝없는 행렬을 보면서 통일 되면 큰 일 나겠다, 이거 같이 죽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틀 지나니까 연민이 생기더라. 지금 이중적인 국가 구조다. 한쪽에선 비료 보내고, 한쪽은 안 된다고 하고. 백락청 교수 말중에 선명하게 와닿는 게 “우리는 지금 통일중이다”라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통일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여하튼 의지가 있냐는 게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노력을 하면서 살자. 나도 아버지가 혈혈단신 월남한 실향민 가족이다. 아버지는 부자집에서 도망와서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크셨음에도 이산가족 상봉할 때 보고 우시더라. 그때 느낀 게 컸다.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전직 대통령 사진들 맨 끝에 노무현 대통령 사진이 있는데.
=이건 노무현 대통령 이후의 이야기라고 못박으려고 일부러 그 사진을 걸었다. 그런데도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더라. 동해에서 일본과 대치하는 장면을 다 찍었는데, 실제로 그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때 가슴 뜨끔했다. 이거 오해 받겠다.(웃음) 하지만 어쩌겠나.

-강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유머가 적다.
=앞부분에는 유머 넣었고, 절정부를 전후해 유머를 계산해 봤는데 거기에 넣었다간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유머를 넣기에는 역부족이다 싶었다. 잘 못하면 얘기가 다 망가지겠다. 이건 스트레이트한 영화다. <투캅스>는 주인공이 둘이지만 여긴 8명이다. 장면마다 인물이 바뀌고 등장, 퇴장한다. 아마 역부족이라는 말이 맞을 거다.

-전작들에 비하면,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적지 않은가.
=나라고 더 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일본 외상 이하 관리들이 15초 동안 절하는 장면을 찍어놓고 넣지 않았다. 이건 비아냥거리는 느낌을 줄 것 같았다. 정말 오락영화라면 일본과 한번 교전하게 하고 휴전시킨 뒤 일본이 퇴각하도록 했을 텐데 그건 못 하겠더라. 지금도 오버한다는 얘길 듣는데, 그건 너무 오버가 된다. 다른 감독에게, 강제규에게 ‘너는 꼭 전쟁 일어나게 해라’고 해야 겠다.(웃음)

-영화적 힘이 빠진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이건 주인공이 8명이다. 장면마다 주인공이 달라진다. 국새 찾기로만 가거나, 그중 한둘 얘기만 하면 안 된다. 한반도 얘기를 하려고 한 것이지 한두명을 말하는 게 아니다. 관객 서비스는 명성황후 살해장면, 동해 대치 장면 같은 곳의 비주얼로 주자. 이걸 주면 나머지는 좀 다르게 가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쪽으로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되게 있었다. 내가 잘하는, 한 주인공 달고서 달려가는 재미는 여기서는 사라진다. 그런데 다른 주인공들을 연결하는 신이 자연스럽다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표현을 새롭게 하려고 잔 머리를 몹시 많이 굴린 영화다. <투캅스> <공공의 적>는 나로선 쉬운 영화다. 매일 웃으면서, 스태프들 웃기면서 찍었는데 이번엔 웃으면서 찍은 적이 없다. 신이 연결이 되는지, 여기서 과거로 넘어가도 되는지 고민 무척 하면서 찍었다.

-대사가 많아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데에 애먹었을 것같다.
=애 먹었다. 관념적인 말들이 많으니까. 모든 배우들이 지금까지 영화중에 엔지를 제일 많이 냈다고 하더라. 안성기 형은 테이크 20번 가고. 조재현은 첫날 220번 엔지가 났다.

-흥행 예측은.
=흥행만 좇았다면 다른 얘기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내 생각을 많이 녹인 영화이고 그 때문에 손님이 조금 덜 들어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히 그래도 손해는 보지 않을까 싶고.

-손익분기점은.
=전국 관객 450만명이다.

-강 감독의 정치 영화로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다 하는가>가 있었는데, 그 때와 비교한다면.
=그때는 환경도 열악했고, 내 나이가 31살에 불과했다. 단순히 정치 영화 재밌겠다 싶어서 했고. 지금과 많이 다르다. 이게 현실감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알고 찍었다. 그때는 공상과학영화 찍 듯했으니까. 이 영화 찍고 나서 성취감이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불안하다. 내 말이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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