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무사>의 액션연출
2001-09-04
비슷하다고? 천만에!

얼핏 <무사>의 액션은 전부 비슷한 컨셉으로 찍은 듯 보이지만 시퀀스마다 뚜렷한 특징이 있다. 명의 포로로 끌려가던 고려인들이 원의 기병들과 마주치는 첫 전투는 “여긴 너무 덥구만”이라는 대사와 함께 활이 가슴을 관통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예고없이 펼쳐지는 이 대목의 액션연출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킨다. 충격적인 첫 희생자가 보여지면 화면은 빠른 속도로 몰살되는 명의 군대를 포착한다. 비오듯 쏟아지는 화살이 대단히 위협적으로 보이는 대목. 고려인 일행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는지가 드러난다. 두 번째 액션시퀀스는 이른바 ‘사풍계곡의 전투’. 부용 공주를 구하기 위한 이 전투의 시작은 뛰어나가며 활을 겨냥하는 진립으로부터 시작한다. 고속촬영과 개각도 촬영이 조화를 이룬 액션. 필름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여 불안정한 움직임을 담는 개각도 촬영은 모래나 물의 입자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인물의 동작이 툭툭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속과 개각도를 병행한 화면은 피가 튀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풍계곡의 전투는 어느 순간 광기에 휩싸인 전장의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립이 화살을 어디로 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순간, 사운드도 액션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불안한 소리로 바뀐다.

<무사>에서 돋보이는 액션시퀀스 중 하나인 숲에서의 전투장면은 서스펜스를 강조한 대목이다. 망원렌즈로 나무와 인물의 거리를 좁혀 촬영한 이 대목은 어디서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긴장된 순간을 연출한다. 은밀함, 교활함, 잔인함을 강조한 숲 전투에서 등장인물들은 충분히 잔인해진다. 고려인 일행의 마지막 보루 토성에서의 첫 전투는 고속, 저속, 개각도 등 특별한 촬영테크닉을 쓰지 았다. 성에 오르려는 원의 군사들과 지켜려는 고려 무사들의 혈전이 담겨 있다. 마지막 전투는 고속, 저속, 개각도 등 모든 촬영테크닉이 결합된 액션장면이다. 비장미를 강조하기 위해 고속촬영을 많이 썼지만 전체적인 톤은 화려하지 않다. 통쾌한 볼거리가 아니라 직접 전장에 있는 느낌을 주는 액션장면들이며 사실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각각의 전투마다 다른 정서와 분위기를 표현하는 <무사>의 액션연출은 감독, 촬영, 무술, 컴퓨터그래픽, 특수분장, 특수효과가 결합돼 이뤄진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 무사

▶ <무사>의 액션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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