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맨 리턴즈>는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전율을 느끼거나, 한없이 매혹된 것은 아니다. 아주 적당한 정도였다. <엑스맨> 1, 2를 탁월하게 연출했던 브라이언 싱어답게, 미국인의 영웅 슈퍼맨의 신화를 멋지게 그려냈다. 진 해크먼판 렉스 루더의 리메이크 버전을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도 좋았다. 브랜든 라우스? 관심없다. 어쨌거나 <수퍼맨 리턴즈>가 뛰어난 영화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 데어데블처럼 고뇌하는 내면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아니라는 것에 실망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런데 어쩌면 단순한 유행이 아닐까? 데어데블이 더욱 파격적으로, 광란의 초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한다. <수퍼맨 리턴즈>가 팀 버튼 연출에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 버전으로 나왔다면 최고일 거라고도 생각한다(가정을 꾸리고 너무나 행복해진 팀 버튼에게서 과거의 ‘포스’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의 경우. 그런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하다못해 거미의 힘을 이용하여 공사현장에서라도 일하면 되지, 왜 굳이 피자 배달을 하며 궁상을 떠는가. 가끔은 단순하게 오로지 정의를 위해서,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일하는 슈퍼히어로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슈퍼맨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취향으로는 역시 슈퍼맨보다 배트맨이다. 혹은 데어데블. 슈퍼맨의 사춘기를 다룬 <스몰빌>이 재미있었던 것은,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클라크가 정말 사소한 문제로 고민하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자신의 정체에 대해 말을 할까, 말까. 섹스를 하다가 힘을 조절 못하면 어떻게 될까?(실제로 운동경기를 하다가 가끔 오버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미식축구부의 스타가 되고도 싶지만, 차마 그럴 수 없다는 것 등등. 슈퍼맨에게는 별다른 단점이 없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고민을 보는 것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속의 광대 같은 렉스보다는 <스몰빌>의 고뇌하는 햄릿 버전 렉스가 더욱 매력적이다. 로이스보다는, 클라크를 언제나 바라봐주는 클로이가 더 매력있다.
렉스의 말처럼, 슈퍼맨은 신이다. 절대적인 신보다는 그리스 신화의 인간적인 신과 가까운. 그에게도 오욕칠정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다. 다만 그 모든 것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는 신인 것이다. 인간적인, 그러나 인간이 아닌 신의 활약을, 브라이언 싱어는 모범적으로 그려낸다. 브라이언 싱어는 슈퍼맨을 숭배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게, 아주 탁월한 필치로 슈퍼맨의 영웅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고난과 투쟁을 그려낸다. 거기에 감동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어쨌거나 인간을 위해 싸워주는 신이니까.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속편에서는 <슈퍼맨2>나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악당들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진 적이 등장하길 바란다. 신과 인간의 뻔한 싸움보다는 신들의 전쟁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