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닐 오비츠 영화의 매력과 한계,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
2006-07-18
글 : 김수경

속도는 눈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세계다. 속도가 높아질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운전대는 촉각에 의존하는 것처럼. 자동차액션 연작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는 지평선이 보이는 광활한 도로를 벗어나 미로처럼 엮인 도쿄 시내를 새로운 무대로 택했다. 영화가 시작되면 미국에서 흉가를 부수며 막무가내로 ‘속도’를 과시하던 주인공 숀(루카스 블랙). 브레이크와 액셀러레이터 사이를 어루만지며 협소한 도심거리와 주차장을 오르는 ‘드리프트 기술’을 통해 그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홀어머니와 살아가는 고등학생 숀은 속도광이다. 자신이 튜닝한 자동차를 자랑하던 그는 한차례 경주를 벌이고 그로 인해 소년원에 갈 처지에 놓인다. 어머니의 대책은 일본에 있는 아버지에게 숀을 보내는 것. 도쿄에 도착한 숀은 동급생 닐라(내털리 켈리)에게 호감을 갖는다. 우연히 찾아간 주차장에서 마주치는 숀과 닐라. 닐라의 남자친구 DK(브라이언 티)는 숀에게 경주를 제안하고, ‘드리프트’를 몰랐던 숀은 참패한다. 숀에게 차를 빌려줬던 한(성강)은 드리프트를 가르치기 시작하고, 동업자였던 DK와 한의 관계는 악화된다.

<패스트…>의 레이싱 장면은 탁월하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과 <반지의 제왕2: 두개의 탑>의 시각효과를 담당했던 셰릴 베놈과 현역 드라이버 중심으로 구성된 자동차 스턴트 스탭들이 만든 <패스트…>의 경주장면은 속도감과 긴박감을 적절히 조화시켰다.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깜박이며 나란히 드래프트하며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차량들의 행렬, 시부야 도심을 가로지르는 DK와 숀의 추격 시퀀스는 어떤 영화의 자동차 추격장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패스트…>는 <트리플X>와 <패스트 앤 퓨리어스> 연작들을 창조했던 프로듀서 닐 오비츠가 제작했다. <패스트…>는 플롯, 캐릭터, 드라마, 리듬 같은 어떠한 구성요소도 무시한 채 볼거리를 향해서만 달려간다. 그것이 닐 오비츠표 영화의 매력이자 동시에 한계다. 주인공 숀이 자동차 경주를 제안하는 중요한 대목마다 플롯의 엉성함은 그대로 노출된다. 한국계 배우 성강과 브라이언 티의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작이라는 점에서도 부실한 이야기 구조는 매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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