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어긋남과 부조화의 여행, <미스테리 트레인>
2006-07-20
글 : 남다은 (영화평론가)

EBS 7월22일(토) 밤 11시

짐 자무시의 인물들에게는 ‘집’이 없다. 그들은 늘 어딘가로 떠나고 또 떠난다. 그것은 마치 목적지없는 여행, 목적없는 여행과 같다. 이 이상한 여행의 과정에서 인물들은 우연처럼 만나고 헤어지고, 그들 각각의 이야기들은 교차한다. 짐 자무시는 이 모든 과정들을 그저 보여준다. 그는 한 인물의 에피소드를 보여준 뒤 그와 동일한 시간에 벌어진 몇개의 다른 에피소드들을 다시 보여준다. 그의 영화에서 시간은 이처럼 반복되지만, 그 반복은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같은 시간에 일어난 에피소드들이 하나둘 덧붙여질 때마다 삶은 고정된 진리와 진지함으로부터 멀어진다.

<미스테리 트레인>은 멤피스의 작은 마을에서 동일한 시각에 벌어지는 세 가지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영화는 엘비스를 찾아 멤피스로 여행 온 일본인 커플의 이야기와 비행기 문제로 멤피스에서 하루를 묵게 된 이탈리아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른 두명의 백인 남자와 한명의 흑인 남자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들은 모두 똑같은 모텔에 머무르게 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사진이 걸린 기차역 근처의 작고 낡은 모텔. 그 시각 라디오에서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블루문>이 흘러나온다. 그러니까 이 세개의 에피소드를 엮어주는 것은 엘비스의 감미로운 음성 혹은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존재다. 엘비스에게 빠진 일본 여자의 짧은 영어나(첫 번째 에피소드는 일본어로 진행된다) 이탈리아 여자 앞에 출몰한 엘비스의 귀여운 유령을 비롯하여 흑인이 운영하는 모텔의 방마다 걸려 있는 엘비스의 초상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부자연스러운 동거와 낯선 만남에서 언제나 그랬듯, 자무시의 이야기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 어긋남과 부조화가 해결되기 전에, 자무시와 인물들은 다시 길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자무시의 친구들은 건재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인 톰 웨이츠, 창백하고 소심한 백인 남자를 연기한 스티브 부세미, 그리고 <천국보다 낯선>에서 에바가 듣던 노래의 주인공인 스크리밍 제이 호킨스까지 친구들은 이 소품 같은 영화의 동력이다. 영화의 음악 역시 <영원한 휴가> <천국보다 낯선> <다운 바이 로> 등을 함께했던 자무시의 영원한 파트너 존 루리가 맡았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그의 영화를 보는 경험은 곳곳에 숨겨진 자무시의 친구들을 알아보는, 숨은그림찾기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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