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시각장애 소녀와 호스트의 사랑, <사랑따윈 필요없어> 촬영현장
2006-07-24
글 : 이다혜
사진 : 오계옥

강원도 원주 치악산 중턱. 가파른 숲길을 헤치고 올라가면 울창한 여름 숲 가운데 운행이 끊긴 터널이 모습을 드러낸다. 터널 끝은 아찔한 절벽으로 이어지고, 절벽 바로 앞의 좁다란 공간에서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두 주인공 김주혁과 문근영이 살수차가 뿜어내는 거센 빗줄기 아래서 말다툼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 문근영은 재벌가의 상속녀인 시각장애인 류민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손에는 지팡이를 든 모습이었다. 어두운 표정에 차가운 눈빛으로 격렬하게 대사를 뱉어내는 문근영의 모습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성숙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류민의 오빠를 자처하는 호스트 줄리앙 역의 김주혁은 전 장면에서 입은 것으로 설정된 얼굴의 상처를 분장으로 그리고 문근영 곁에 서 있다.

7월7일 현장공개가 있던 날 촬영한 장면은 줄리앙이 류민에게, 옛날 눈이 보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일본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각색한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강남 최고급 클럽에서 잘나가는 호스트 줄리앙이 27억원이 넘는 빚을 탕감하기 위해 아버지를 잃고 혼자가 된 상속녀 민의 오빠를 자처하며 재산을 노리는 이야기다. 호스트인 줄리앙이나, 어려서 집을 나간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상황,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깊이 상처를 입은 류민이나 사랑을 믿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류민을 돈으로만 보던 줄리앙은 민을 죽이려고 하다가 오히려 민에게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게 된다.

앞이 보이지 않는 류민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문근영은 맹인학교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수업도 참관하면서 역할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수업이 없는 날을 골라 영화를 찍고 있는 문근영은 주변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담이 많이 되고 힘들다. 의식하면 더 부담되어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국민여동생이라는 호칭도 때가 되면 바꿔 주시겠지”라며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김주혁은 원작 드라마에 출연했던 일본 배우 와타베 아쓰로보다 착하고 귀족적인 느낌이라는 말에 “원작 드라마는 봐도 고민, 안 봐도 고민이더라. 배우가 다르니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멜로물이지만 긴장하면서 보는 영화가 될 것이다. 미스터리 느낌도 있다”고 대답했다. 이철하 감독의 첫 영화인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현재 70% 정도 촬영을 완료했고, 8월 초 크랭크업, 10월 말에 개봉할 예정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