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군 투덜양]
<한반도>를 감상한 투덜군, 민족정신에 고취되어 속편을 구상하다
2006-08-04
글 : 한동원 (영화 칼럼니스트)
<한반도2> 긴급 기획안

기획의도: 당 영화는, 잠자던 우리의 가슴살 한점 한점에 화르르 민족혼의 불을 지핀 <한반도> 1편의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독립만세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초전박살의 정신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기획되었다.

시놉시스: 주인공은 유치원간 축구 대항전을 촬영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언더그라운드 스포츠 비디오 저널리스트이다. 평소 한국의 월드컵 우승을 통하여 한민족의 위대함을 세계만민에 떨치어낼 그날만을 고대하며, 한국의 A매치 화면을 분석 또 분석해오던 주인공… 그러던 어느 날, 그는 2006 월드컵 한국 대 스위스전을 목도한 뒤 비분강개하여, 혈혈단신으로 축구협회를 찾아가 외친다. “회장님, 동영상은 있습니다!!” 결국, 스위스팀의 명백한 페널티킥 반칙을 증명해낼 동영상을 찾아오라는 축구협회장의 밀명을 받은 그는 스위스로 날아간다.

스위스에서 축구장 전문 소매치기를 만나게 된 주인공은, 그의 도움을 받아, 죽지 않을 만큼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그 어떤 카메라에도 잡힌 일이 없는 스위스팀의 결정적 반칙장면을 기록한 장물 캠코더를 입수하게 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네티즌 500만명 서명운동으로 대표되는 민중봉기가 실패로 돌아가자, 여기저기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매국적 발언이 쏟아져나오는 등 한국 대 스위스전은 그대로 패배로 마무리될 위기로 치닫는다. 그리고 이 충격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지는 협회장…. 그러나 주인공은 월드컵 대회가 끝나기 직전 이 화면을 한국에 공수해오는 데 성공하고, 협회장은 월드컵 결승전이 거행되기 1분 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그는 눈을 뜨자마자 다음의 대사를 고요히 읊조린다. “테이프는 어떻게 됐습니까?”

테이프를 건네받은 협회장은, FIFA 회장과 스위스 축구협회에 전화를 걸어 “테이프가 입수되었으니, 지금까지의 모든 경기들을 무효화한 뒤 재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FIFA 회장, 스위스 축구협회장, 그리고 월드컵 심판장 등 모든 관련자들은 한국팀에 백배사죄하며, 지금까지의 모든 경기 결과를 재검토하고, 조속히 재경기를 열겠다는 기자회견을 앞다투어 연다. 그리고 이윽고, FIFA 공식 홈페이지에는 스위스전 이후 대진표에서 지워졌던 태극기가 다시 업데이트되고, 장엄히 페이드 아웃….

비고: 당 영화는 1편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들이 좋아하라고 만든 영화가 아니므로, 감독이 아무리 세련된 영상어법을 구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가능한 모든 기법으로 고의적으로 투박하고 촌스러운 영상문법을 구현함으로써, 일반 관객에게 주제의식을 확실하게 섭취시켜야 한다.

헤드카피: “우리는 단 한번도 이 공의 주인공인 적이 없었다.”

개봉시기 : 2010년 6월 초(이상, <한반도2> 기획안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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