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들면 잡아간다. 경찰의 새로운 ‘연행’ 방정식이다. 지난 7월12일 경찰이 독립영화인 문성준 감독을 ‘기자가 아닌데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로 연행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광화문 동아일보사 일민미술관 건물 옥상에서는 노동자들이 ‘한미 FTA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농성 중이었다. 건물 아래에 모여든 학생들과 행인들이 그들을 지지했고, 문 감독은 그 상황을 촬영했던 것. 경찰은 농성자들을 포함 150여명을 연행하면서 문 감독과 일반인 한명을 ‘기자증이 없다’는 이유로 연행했다. 문 감독은 10시간이 넘는 인신구속 끝에 그날 밤에야 풀려났다. 방글라데시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 <스탑 크랙 다운>의 연출자이며 독립다큐제작집단 다큐인에서 활동 중인 문 감독은 “일반적인 인신 구속이 너무 경찰 편의위주이며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 또 아무나 카메라를 들 수 있는 시대인데 카메라 소지를 이유로 구금하는 일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독립영화협의회(이하 한독협)와 FTA 반대를 위한 독립영화실천단을 위시한 독립영화인들과 시민단체는 7월25일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 항의방문했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민원실을 통해 경찰서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하자, 경찰쪽은 다시 한번 공권력의 위용을 뽐냈다. 열명 안팎의 독립영화인과 시민활동가들에게 1백여명이 넘는 전경들이 달려들어 힘으로 몰아낸 것. 원승환 한독협 사무국장은 “항의에 동참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 김경형 감독님도 ‘나도 감독 자격증 같은 거 없다.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기본적인 액세스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런 행동은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감독과 한독협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이번 사태에 대해 향후 법적 소송, 인권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