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영화 <각설탕>의 영상소설 출간한 동화작가 이미애
2006-08-01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동화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화를 동화책으로 만난다? 오는 8월10일 개봉을 앞둔 임수정 주연의 영화 <각설탕>이 얼마 전 영상소설로 출간됐다. 영상소설이라는 다소 낯선 타이틀은 여느 동화책과 달리 일러스트가 아닌 영화 스틸을 삽입해 영상적인 느낌을 부각시킨 구성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그보다 더 돋보이는 건 동화적으로 자연스럽게 각색된 이야기와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서정적인 문체다. 시나리오를 한권의 소설책으로 탄생시킨 것은 동화작가 이미애씨. 87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현재 전업작가로 활동 중인 그녀를 만났다.

-영상소설 <각설탕>은 어떤 책인가.
=큰 줄거리는 원작 시나리오를 충실하게 따랐다. 요약하면 최고의 기수를 꿈꾸는 시은이와 경주마 천둥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인데, 동화적으로 각색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성인들도 즐길 수 있는 책이다. 또 영화에서 미처 읽어내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말이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은 아니다.
=나부터가 일단 말에 대한 거리감이 있어서 처음엔 막막했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경마장을 찾았는데, 말들이 질주하는 모습이 어찌나 역동적인지 놀라움과 감동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그때부터는 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동화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이다. 시나리오는 장면들을 붙여놓은 건데, 동화는 장면을 이어놓는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영화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오가면서 흐름을 이어나가지만, 글은 그게 안 되기 때문에 많이 어려웠다. 시나리오가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들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심리 묘사와 정황 묘사를 동원했다.

-원래는 시인이었다고 들었다.
=그냥 시가 아니라 역시 동시다. (웃음) 학생 때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이후 잡지사 기자로 4년 정도를 일했다. 그 뒤 중고 신인으로 재등단해서 지금은 동화만 써서 먹고사는 전업작가다. 어렸을 때부터 아동문학가가 꿈이어서, 지금 생활에 굉장히 만족한다.

-동화를 쓸 때는 어디서 착상을 얻나.
=보통 하나의 캐릭터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머리를 막 감고 나서 흔들면 물방울이 사방에 튀는, 그런 아이는 어떻게 행동할까. 이런 작은 상상에서 인물이 탄생하고, 그 다음엔 그 아이를 흔들어주는 또 다른 아이를 만들어내고, 이런 식이다. 철저하게 구성을 하기보다는 ‘필링’이 와야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라고 할까. (웃음)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
=우리나라 동화문단이 아직 엄숙주의, 주제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탓에 동화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작자인 로알드 달 같은 외국 작가들은 끝까지 간 가벼움, 끝까지 간 비참함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화의 경계를 넘어선 이야기들을 창조해냈다. 나도 언젠가는 끝까지, 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 동화를 써보고 싶다. 평단에서 어떤 평가를 내리건 꿋꿋하게, 젊은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그렇게 할머니 될 때까지 살아남는 동화작가, 그게 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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