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과 아시안 아메리칸의 작품을 아우르는 뉴욕아시안영화제의 양축 뉴욕 아시안영화제 2006(NYAFF)과 제29회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국제영화제(NYAAIFF)가 최근 성황리에 개최됐다. 서브웨이시네마 주관으로 6월16일부터 7월1일까지 개최된 제5회 NYAFF는 대표적인 인기 아시안영화들을 소개하는 영화제. 총 29편이 소개된 이번 영화제에서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과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 이시이 가쓰히토 감독, 아사노 다다노부 주연의 <펑키 포레스트> (Funky Forest: The First Contact) 등이 관객상 1∼3위를 차지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올 행사에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김대승 감독의 <혈의 누>,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과 <깃>, 장준환 감독의 단편 <털> 등이 소개됐으며,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 배두나 주연의 <린다 린다 린다>,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의 <박치기!> 등 일본영화 11편과 한국(7), 인도(5), 타이, 말레이시아, 중국(각 1편) 작품 등이 상영됐다.
특히 NYAFF는 지난해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아직까지 미국 배급사를 찾지 못함)을 북미 프리미어로 상영한 덕택(?)에 영화제 취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뉴욕타임스>에 처음으로 보도됐던 것을 인연으로, 올해 영화제를 대서특필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형사…>에 대해서 “뮤지컬과 액션영화의 교량 역할을 하는 작품”이며, “일부 아름다운 결투장면은 물론 무척 멋진 로맨스를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빌리지 보이스>는 <마법사들>에 대해 “소재는 새롭지 않으나, 편집이 없는 새로운 장르(Subgenre)라고 볼 때, 시선을 떼기 힘들다”고 호평했다. 또 <타임 아웃 뉴욕>은 <린다 린다 린다>를 페스티벌의 우승작이라고 꼽고, “현재 미국 배급사가 없는 <린다 린다 린다>는 왜 NYAFF가 좋은 외국어 작품에 굶주려하는 이들에게 ‘선물’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라고 평했다. 일간지 <뉴욕 선> 역시 <마법사들>과 <린다 린다 린다>를 호평했는데, <마법사들>을 “페스티벌에서 가장 복잡하게 얽힌 보석”이라고 평하고, “한국판 <새로운 탄생>(Big Chill)”이라고 평했다. <린다 린다 린다>에서는 “리드 싱어 역의 배두나가 일본 남학생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 장면에서 소극적인 반응을 재미있게 묘사했다”며 다른 작품들에서 보기 드문 이런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고 했다.
90년대 말까지 아시안과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의 대표적인 창구였던 AAIFF는 2000대부터 NYAFF와 뉴욕한국영화제 등의 성장으로 아시안 아메리칸과 아시안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을 초청작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안필름페스티벌인 AAIFF는 비영리단체 아시안 시네비전이 주관한 행사로 제29회를 맞아 7월13일부터 21일까지 맨해튼에서, 8월3일부터 6일까지 롱아일랜드에서 개최됐다. 올해 소개된 한국 또는 한인 작품으로는 조은희 감독의 <내부순환선>, 안나리 감독의 <순수>(Purity) 등의 장편을 비롯해, 박미나 감독의 <티 데이트>, 샌드라 오가 목소리를 담당한 모니카 료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테이셔너리>, 김탁훈·홍인표 감독의 <대중탕>, 박근표 감독의 <웨이크>, 에블린 리 감독의 <포트 어소리티 인시던트>, 그렉 박 감독의 <해피 햄튼스 홀리데이 캠프>, 김기훈 감독의 <사라짐의 양식>, 이형석 감독의 <공사중> 등 다수의 단편 작품도 소개됐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작품과 섹션으로는 샌프란시스코 공선 변호사인 제프 아다치 감독이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다큐멘터리 <슬랜티드 스크린>(The Slanted Screen)과 중학생에서 대학 신입생까지 젊은 감독들의 단편을 모은 섹션 ‘포 유스 바이 유스’(For Youth By Youth) 등이 있다. 할리우드 내 아시안 아메리칸 남자배우들의 위치를 되짚은 <슬랜티드 스크린>에는 며칠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베테랑 연기파 배우 마코를 비롯해 제임스 시게타, 캐리 히로유키 다가와, 티지 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한인배우 윌 윤 리, 보비 리 등의 배우와 프로듀서, 감독 등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특히 이 작품은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인들의 역사를 되짚는 것은 물론 할리우드영화 속에서 공공연히 범해진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말해, 작품 상영 뒤 관객과 오랜 시간에 걸쳐 질의와 응답이 이어졌다. ‘포 유스 바이 유스’에서는 오민지의 <외계소녀, 불시착하다>를 비롯해 이민 학생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윈스턴 루의 <체인지스>, 현대사회의 잘못된 여성관에 대해 비판하며 자신의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한 소녀의 역동적인 시상을 담은 캐런 럼의 <슬립 오브 더 텅> 등 어린 감독들의 생동감있는 작품들이 소개됐다. 또 이 섹션에는 지난해 7월에 사망한 독립영화 감독 겸 교수 가요 하타가 75년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여 가난하고 인기없는 일본계 소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 <피시볼>(Fishbowl)이 상영돼 박수 갈채를 받았다. 지난해 영화제에서는 마이클 강 감독의 <모텔>과 그레이스 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가 소개돼 화제를 모았다. <그레이스…>는 지난해 12월 뉴욕필름포럼에서 개봉했으며, <모텔> 역시 6월 말부터 뉴욕에서 개봉되는 등 아시안 아메리칸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모두 배급망을 찾아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