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귀여운 모녀의 알콩달콩 수다현장, <허브> 촬영현장
2006-08-01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어휴, 내가 안 쳐다보고 있으면 만날 다치냐?” 다부진 말투와 함께 반창고를 붙이는 손놀림이 능숙하다. 영락없이 말썽쟁이 아이를 앞에 둔 엄마의 모습. 그런데 이곳 <허브> 촬영현장에선 무언가가 뒤바뀌어도 단단히 뒤바뀌었다. 꾸지람에 고개를 숙이는 것은 엄마요, 쉴새없이 호통을 치는 것은 딸, 그것도 조금 ‘모자란’ 듯 보이는 딸이다. 이상하고도 귀여운 이들 모녀의 정체는 현숙과 상은, 바로 배종옥과 강혜정이다.

<신부수업>의 허인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허브>는 정신지체로 지능이 7살에 멈춰버린 20살 소녀 상은이 겪는 첫사랑과 이별을 그리는 작품. 남편을 잃고 꽃집을 운영하며 혼자 상은을 키우는 엄마 현숙은 상은의 둘도 없는 친구다. 오늘 촬영분은 상은의 생일파티가 끝난 뒤 실수로 발을 다친 현숙을 상은이 치료해주는 장면. 목둘레가 축 늘어진 티셔츠를 걸치고 전형적인 아줌마로 변신한 배종옥의 모습도 신선하지만, 앳된 목소리와 새침한 표정의 강혜정은 정말 머리 속에 7살 어린아이가 자리를 잡은 것만 같다. “엄만 왜 이렇게 머리가 안 좋아?” “대일밴드가 있는 줄 몰랐네?” “자꾸 까먹지 말고 적어!” “왜 건망증은 미모 순인 거니?” 만담처럼 툭툭 대사를 주고받던 모녀는 이윽고 상은의 방 안으로 향한다. 생일선물이 없다고 토라져버린 딸 앞에서 슬쩍 선물 상자를 꺼내는 현숙. 선물의 정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찰칵~! 카메라를 향한 두 사람의 얼굴 앞에 하얀 플래시가 터진다. “엄마 딸 상은, 생일 축하해!”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녀의 천진한 얼굴에서 방금 전까지의 투닥거림은 찾아볼 수 없다. “미모로만 승부하는 줄 알았는데 너무 연기를 잘해서 행복하다.” 허인무 감독이 농담 섞인 멘트를 날린다.

올 6월 초 크랭크인한 <허브>는 현재 50% 정도 촬영이 완료된 상태. 이날 함께 자리하지는 못했지만, 상은의 마음을 사로잡는 엉뚱한 교통의경 종범 역은 정경호가 맡았다. “장애인을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허인무 감독은 “장애우를 대상화해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허브>는 장애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한 인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소박하지만 은은한 향을 가진 허브처럼 마음에 와닿는 아름다움을 보여줄 <허브>의 따뜻한 향기는 올 하반기 관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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